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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 신라의 ‘0.05㎜ 예술’ “현대 장인 기술로도 재현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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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세기 통일신라 시대 금박 유물인‘선각단화쌍조문금박’ 세부 모습. 0.05㎜ 굵기의 선으로 문양을 새겨놓았다.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8세기 통일신라 시대 금박 유물인‘선각단화쌍조문금박’ 세부 모습. 0.05㎜ 굵기의 선으로 문양을 새겨놓았다.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극한의 정교함이다. 0.04㎜ 두께의 금박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으로 꽃과 새를 그려 넣었다. 현미경으로 봐야만 문양이 확인되는 신라 시대 금박 유물이 처음 공개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6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8세기 통일신라 시대 금박 유물인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을 공개했다. 2016년 11월 경북 경주시 인왕동 39번지 일대 동궁과 월지 ‘나’ 지구 북편 발굴 조사 중 출토된 유물이다. 발굴 당시엔 팥알 크기 덩어리 두 점으로 나뉘어 20m쯤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됐다. 보존 처리 과정에서 당초 한 개체임을 확인했다.

가로 3.6㎝, 세로 1.17㎝ 크기의 ‘선각단화쌍조문금박’엔 사람 머리카락 굵기(0.08㎜)보다 가는 0.05㎜ 굵기의 선으로 멧비둘기 두 마리와 단화(團華·꽃을 위에서 보는 것처럼 꽃잎을 늘어놓은 문양)가 새겨져 있다. 금박은 0.3g의 금을 0.04㎜ 두께로 펼쳐 만들었는데, 성분 분석 결과 순도는 99.99%로 나타났다. 통일신라 시대 이미 고순도 정련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시켜줬다.

금박 출토 위치. 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2점이 각각 출토됐다.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금박 출토 위치. 2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2점이 각각 출토됐다. [사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금박에 새겨진 문양은 맨눈으로 판별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한 선으로 표현됐지만, 새 꼬리 모양으로 암·수를 구분했을 만큼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연구소 측은 “세밀함의 대명사인 청동기 다뉴세문경과 비교해도 4배가량 더 세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양은 매우 가는 철필(鐵筆)로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열 연구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장인에 확인한 결과 실물 그대로 재현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세공 방법이나 유물의 용도 등은 후속 연구 중이다. 종교적 의미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이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기물에 직접 부착한 장식물로 추정된다.

이날 공개된 유물은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열리는 ‘3㎝에 담긴, 금빛 화조도’ 특별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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