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혁명기념일 행사 “수라장”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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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급진인사 군행진에 인간사슬로 저지설/15개 공화국 절반이 행사취소ㆍ반공집회
볼셰비키혁명 73주년 기념행사를 1주일 앞둔 소련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1월7일 혁명기념일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펼쳐지는 군사퍼레이드를 러시아공화국 의원들과 모스크바 시의회 의원들,연방최고회의의 개혁파 대의원들이 「인간사슬」을 형성,저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 사람들에 따르면 이들 개혁파들은 붉은 군대와 정예병들이 탱크를 앞세우고 마르크스 대로를 따라 시내중심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시내관문인 혁명광장에서 인간사슬을 만들어 이들의 행진을 저지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과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 등 급진파들은 기념행사가 악화된 경제상황등을 감안하면 취소되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군부ㆍ공산당의 보수파 간부들은 만약에 이번의 혁명기념일 퍼레이드가 개혁파의 주장대로 취소된다면 공산당의 자존심과 권위가 크게 실추될 것을 우려해 「성대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7일의 혁명기념 퍼레이드는 볼셰비키혁명 기념행사사상 최초로 반대파들의 항의속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혁명기념행사 반대움직임은 모스크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산당 1당 독재후 이번에 처음으로 맞는 기념일 행사를 15개 소련공화국중 약 절반이 이미 취소했고 각지에서 반공집회를 계획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혁명기념일에 공산당 지배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시민데모를 주도했던 「모스크바 유권자동맹」은 올해도 공산당 본부가 위치한 스타라야 광장에서 「정치적 희생자를 기억하는 날」을 정해 처음으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소련 제2의 공화국인 우크라이나 당국이 군사퍼레이드를 실시하려는데 대항,시민그룹인 「루프」는 이날 반군사 데모를 계획하고 11월6일 밤부터 7일 아침까지 수도 키예프에서 「공산당 테러희생자를 추모하는 날」 행사를 연다.
발트 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최고회의는 지난 3일 15개 공화국중 최초로 혁명기념일 폐지결정을 내리고 대신 「공산주의 공포에 희생된 사람들의 날」을 창설,1918년 라트비아가 소련으로부터 일시 독립했던 날을 기념하는 11월18일을 새로운 휴일로 정했다.
민족간 대립과 충돌로 점철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두 공화국은 공식행사를 일체 취소했다. 한편 지난 28일의 최고회의 선거에서 공산당이 패한 그루지야공화국에서도 기념행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카자흐ㆍ타지크ㆍ우즈베크ㆍ도르크멘ㆍ키르키스ㆍ백러시아에서는 공식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으나 민족운동이 격심한 지역이라서 파란이 예상된다.
공산당 독재를 포기한 후에도 그 기초가 된 러시아 혁명기념일을 전국민의 축일로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기념일의 존속을 둘러싼 진통은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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