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결핵 집단 감염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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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A고교는 9월 1학년 학생 대상으로 결핵검사를 했다. 1학년 학생 한 명이 결핵환자로 판명된 뒤 지역 보건소가 같은 학년 학생 모두를 검사한 것이다. 그 결과 9명이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석 달 전 단체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는 결핵 환자가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그 사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시교육청은 다른 감염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이 학교 모든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검진을 했다. 그 결과 학생 9명의 추가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수그러들던 결핵 환자가 2000년대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장 건강해야 할 학생들이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 집단 감염=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산시. 기침이 심하던 B고등학교 학생 Q군(18)이 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았다. Q군은 감염 즉시 치료를 시작했다. 이 학교의 결핵 환자는 Q군뿐이 아니었다. 환자가 속출하자 보건당국은 올 5월부터 전교생과 교직원에 대해 결핵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이 학교에서만 45명이 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의 결핵 감염자들은 약을 먹기 시작해 3개월 뒤 실시하는 전염성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와 일단 전염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초기 대응이 늦어져 이미 결핵이 퍼진 뒤였다. 7월에도 서울 송파구 3개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10여 명이 집단으로 결핵에 감염됐다.

안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Q군 역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초 발병자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최초 발병자가 바로 신고했으면 전염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 다시 느는 결핵 환자=최근 들어 매년 3만~3만5000여 명의 결핵 환자가 생긴다. 결핵 환자는 1969년 17만9838명을 정점으로 줄다가 2000년(1만9692명) 최저점을 찍은 이후 다시 늘어났다.

한국의 결핵 발병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도 10명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결핵 사망자는 2893명으로 에이즈 사망자(91명)를 훨씬 웃돈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노인이 인구 10만 명당 228명으로 가장 많지만 10~19세(34.5명)와 20~29세(88.7명) 등 청소년층 발병률도 매우 높다.

◆ 왜 늘어나나=고교생 등 젊은층의 감염이 많은 이유는 결핵예방주사(BCG)의 면역효과가 10대 후반에는 없어지는데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길한 결핵연구원장은 "10대 후반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늘고 학업에 의한 스트레스, 다이어트, 영향 불균형 등이 결핵의 주원인"이라며 "20대의 경우는 건강을 과신해 건강검진 등 관리를 안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다.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언제든 결핵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또 초기 발병 사실을 즉시 보건당국에 보고 안해 감염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안산시 고교 결핵 감염 사례는 처음 확인된 환자 이전에 환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발병 사실을 몰랐거나 드러내지 않는 바람에 상당 기간 전염을 막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철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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