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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에 정박한 러 재벌 초호화 요트 美에 인도…“억류로 막대한 손해”

중앙일보

입력

태평양 섬나라 피지 서부 라우토카의 한 부두에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대형 호화요트 '아마데아'호가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태평양 섬나라 피지 서부 라우토카의 한 부두에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대형 호화요트 '아마데아'호가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피지 당국이 미국이 제재 중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소유 초호화 요트를 미국에 넘겼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피지 검찰은 이날 호화 요트 '아마데아'호를 미국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아마데아 호는 총 길이 106m, 3억2500만 달러(약 4100여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대형 요트다. 미 수사 당국은 2018년부터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억만 장자 케리모프를 소유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 당국 관리 아래 요트를 출항시키라는 피지 대법원 결정에 따른 것으로, 대법원은 요트 유지 관리에 과도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지 영해에 요트를 정박시켜 정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피지 영해 밖으로 항해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요트 유지비에 매년 2500만달러(약314억원)가 소요되며, 미국 정부가 압류 후 해당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피지 당국은 지난 4월 미국 지원 요청에 따라 아마데아호를 자국 영해에 정박해왔으며, 지난달 미국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피지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요트가 압류됐다.

아마데아호 소유 구조는 불분명하다. 미 수사당국은 해당 요트가 러시아 정부 관계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케리모프에게 지난해 매각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의 최측근인 케리모프는 대표적인 러시아의 신흥 재벌 올르가르히 중 한 명이다. 러시아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러시아 최대 금 채굴기업 ‘폴류스’를 소유하고 있다. 순재산은 145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아마데아호를 관리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회사 측은 선박 실소유주가 미국 제재 대상이 아닌 에두아르드쿠다이나토프(61)라고 주장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케리모프의 피지 현지 변호사는 피지 당국에 에듀어드쿠다이나토프가아마데아 호의 서류상 실소유자고, 요트에 대한 전권을 가진 인물이라며 아마데아 호와는 무관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 측은 항소에 나섰지만, 피지 법원은 지난달 말 기각했다. 회사 측은 법원에 미국 영장에 대한 집행 연기를 다시 요청한 상태다.

아마데아 호의 서류상 주인으로 올라있는 쿠다이나토프도 러시아 정계에 깊이 관여된 신흥 재벌 중 한 명이다.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 로스네프트 사장 출신으로 이고르 세친 전 러시아 부총리와 연이 깊다. 세친은 또 푸틴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한 때 ‘러시아 2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FBI 수사관은 “쿠다이나코프는 (아메데아 호의) 실소유주가 아닌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가짜 소유주”라며 “소유권을 은닉하기 위한 관행에 따라 이름만 빌려준 인물”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입증 자료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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