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퍼지 이론 실용화 확산|국내 가전 제품에 적용 계기로 알아본 실체·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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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컴퓨터의 퍼지 (Fuzzy) 이론이 최근 세탁기·팬히터·카메라 등 국산 가전 제품에도 속속 적용되면서 근 관심을 끌고 있다.
「희미한, 모호한」등의 뜻을 가진 퍼지 이론은 지난 6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자데 교수가 처음 내놓은 것으로 최근 수년간 우주 분야는 물론 공장자동화 (FA) 프로세서 등 산업 분야 및 각종 가전 제품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퍼지 이론의 응용에 대한 연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고 중국은 「모호 수학」이란 이름으로 퍼지 이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세대 박민용 교수 (전자공학)는 『부정확하고 모호한 인간의 두뇌 작용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한 퍼지 이론은 인간의 모호한 자연 언어 (말)를 정량화한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즉 사람의 언어·사고·판단 등에 포함돼 있는 「다소, 약간, 조금, 꽤, 상당히, 보통, 대체로, 그럭저럭」 등과 같은 모호한 표현의 말을 0. 2, 0. 7등의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기존의 컴퓨터는「 그렇다 (YES)」와 「아니다 (NO)」또는 0과 1의 양극만을 표시한 디지틀 이론에 따라 흑백 논리로 판단한다.
이에 비해 퍼지 이론을 적용한 컴퓨터는 훨씬 정확한 개념 (연속 함수)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종전 컴퓨터는 나이가 60세 이상이면「늙다」, 그 미만이면 「젊다」로 판단해버리고 말지만 퍼지 시스팀을 적용한 컴퓨터는 58세인 사람에 대해 연령대별 빈도를 따져 「0.7에 해당하므로 다소 늙다」로 판단하는 식이다. 「날씨가 맑다」고 할 때 하늘에 구름이 몇% 덮일 경우를 가리키는지 모호하지만 연속 함수로 표현되는 퍼지 이론을 통해 「약간 맑다, 꽤 맑다」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퍼지 이론을 적용한 진공 청소기는 먼지의 많고 적음에 따라, 팬히터는 실내 공간의 온도에 따라 각각 전력의 흐름을 자동 조절해 수심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종전 제품들이 스위치를 끄면 전력이 전혀 흐르지 않고 (디지틀 이론의 0개념), 켜면 일정량의 전력이 흐르는 (1의 개념) 것과는 상당히 다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전자공학과 박규호 교수는 『퍼지 시스팀은 유전 탐사 때 기름이 나올 확률이 몇%인지 여러 데이타를 종합, 가르쳐 주는 것에서부터 경영자의 의사 결정, 환경 오염의 관리, 전문가 시스팀, 교통·운전·건설 분야, 인공지능 로봇 등 산업 전반에 크게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가전 제품의 경우 퍼지 이론의 적용이 미흡하고 낮은 단계여서 본격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산업적 응용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내 교수·기업인·대학원생 및 연구원 3백여명은 오는 12월8일 「한국 퍼지 시스팀 연구회」 창립 총회를 갖고 퍼지 이론의 응용 연구를 국내에서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퍼지 이론은 앞으로 인간과 기계와 관련된 분야는 물론 ▲경제 예측·인사 관리 등 경제 분야 ▲소비자 심리·여론 조사 등 마키팅 분야 ▲의류 디자인·컴퓨터 그래픽 등 예술 분야에까지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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