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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전술 유지는 OK, 실수는 줄여라” 히딩크의 족집게 레슨

중앙일보

입력

거스 히딩크 감독이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를 향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거스 히딩크 감독이 KFA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를 향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0년 전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군 레전드 거스 히딩크 감독이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나설 축구대표팀을 위해 애정어린 조언을 남겼다.

히딩크 감독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하루 전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A매치 평가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면서 “브라질에 많은 골을 내줬지만, 날카로운 공격으로 득점하는 인상적인 모습도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실점 상황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5차례의 실점 상황 중 몇 골은 한국 선수들의 실수가 빚어낸 상황”이라면서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며 이런 세밀한 부분에 대해 대응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 초청 대담에 함께 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지성, 이영표. [사진 대한축구협회]

히딩크 감독 초청 대담에 함께 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지성, 이영표. [사진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이 경기 후 “이제와서 오랫동안 유지한 빌드업 스타일의 축구를 바꿀 수는 없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공감했다. “한국이 브라질을 상대로 1-5로 크게 졌다고 해서 축구하는 스타일을 확 바꾸면 선수들이 오히려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벤투 감독이 스스로 믿고 지켜 온 전술의 스타일은 유지하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20년 전 2002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체코, 프랑스 등 강호들과 평가전에서 잇달아 0-5로 완패하며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히딩크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만난 프랑스의 감독이 우리를 5-0으로 완파한 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 번 더 붙자’는 제안을 했다. 아마도 손쉬운 상대와 평가전을 치르며 완승을 거둔 뒤 자신감 가득한 상태로 본선에 나서고 싶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한 뒤 “하지만 1년 뒤 한국은 2-2로 팽팽히 맞서다 막판에 아쉽게 한 골을 더 내줘 2-3으로 졌다. 1년 전 0-5로 무기력하게 졌던 팀이 2-3까지 따라붙는 끈끈한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벤투호도 같은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고 충고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VIP석에서 브라질전을 지켜 본 히딩크 감독. [뉴스1]

서울월드컵경기장 VIP석에서 브라질전을 지켜 본 히딩크 감독. [뉴스1]

히딩크 감독은 “내가 지휘봉을 잡기 전 한국축구는 자기 지역 페널티박스에 수비수 6명을 몰아넣는 극단적 수비축구를 구사하던 팀이었다”면서 “한국은 이제 현대축구의 흐름을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다. 한국만의 특징과 매력을 전 세계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전 교훈을 짚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브라질과 같은 강팀은 상대가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곧장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특히나 위험지역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강팀과의 평가전은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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