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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기대 인플레 막으려면 금리인상 등 지속추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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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은 유튜브 캡처]

2일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신현송 BIS 조사국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은 유튜브 캡처]

“1970년대의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 상승)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금융 시장에 커지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를 진정시키는 전망을 했다.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제화상회의로 열린 ‘BOK(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자리에서다.

그는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감소와 견고한 정책 체제 등을 고려할 때, 70년대의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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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거로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꼽았다. 70년대 말 약 50%이던 원유 비중은 지난해 30%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비중은 6%에서 16%로 상승했다.

또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으며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 결과 공급 충격에 따라 유가가 10% 상승하면 주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분기의 시차를 두고 약 0.5% 하락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한국과 같은 수입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중기적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열린 BOK 콘퍼런스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제의 연착륙을 위한 금리 인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계나 기업이 물가 오름세를 의사 결정에 반영하기 전에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며 강도 높은 긴축의 가능성을 다시 언급했다. 이날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를 드러냈지만,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같은 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며 “다음 몇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물가 이후의 직면할 경제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개회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며 “선진국을 위시해 한국·태국·중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서 저물가·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우선 기준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사용한다. 하지만 신흥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 자본유출 우려도 커진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신흥국보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의 수도꼭지를 더 크게 열면서 자본유출이 덜했다는 게 이 총재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마냥 확장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주요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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