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 GE 원전사업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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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자력발전 업계의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 히타치(日立)제작소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3일 원자력사업 부문을 사실상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사의 원자력사업 부문을 떼어내 일본과 미국에 상호출자한 새 합병회사를 각각 세우는 방식이다.

일본 내 합병회사는 히타치가 80%, GE가 20%의 지분을 소유하며 미국 내 회사는 히타치 40%, GE 60%가 된다. 원전과 관련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도 모두 새 합병회사로 옮긴다. 두 회사의 합병회사를 합하면 총매출 규모는 28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원전업계의 판도는 ▶히타치.GE 연합▶도시바(東芝).웨스팅하우스(WH.미국) 연합▶미쓰비시(三菱) 중공업.아레바(프랑스) 연합의 3각 구도로 굳어졌다. 그동안 단순 제휴관계에 불과했던 히타치와 GE가 전격적인 사업통합에 나서게 된 것은 도시바와의 WH 매수전에서 히타치.GE 연합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도시바.히타치.GE는 비등수(沸騰水)형 원자로(BWR) 부문에서 원자연료사업을 공동출자해 운영하는 등 협력관계였으나, 도시바가 가압수(加壓水)형 원자로(PWR)의 선두업체인 WH를 단독 인수하며 시장점유율 28%의 최대 업체로 부상하자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자"며 전면 사업통합에 착수한 것이다.

새로운 합병회사는 비등수형의 개발과 건설.운영, 보수.점검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자로 개량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도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이처럼 원자력 업계의 재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그동안 신규 건설을 금지하던 미국에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급등과 지구 온난화 방지 대책 등의 주요 대안으로 원전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25기가 신설될 미국 시장에서 히타치.GE 연합은 3분의 1을 수주한다는 게 목표"라며 "향후 20년 동안 신설될 전망인 원전 100기를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439기의 원전이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원전 추세가 가압수 방식이라 비등수 방식을 고수하는 히타치.GE 연합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비등수 원자로와 가압수 원자로=비등수 원자로는 원자로 안에서 수증기를 발생시켜 발전용 터빈으로 내보내는 방식.건설비용이 적게 드나 증기에 방사능이 내포돼 있어 발전소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가압수 원자로는 고온·고압의 물로 원자로 밖에서 증기를 발생하는 방식. 안전성이 뛰어나 현재 전 세계 원전의 70%가량이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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