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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 임명하라" 민주당 때렸는데…尹정부도 임명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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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은 ‘살아있는 권력’만 노린다. 감찰 대상이 명확하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 특별감찰관의 사정(司正) 범위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직속이지만, 직무와 관련해 독립ㆍ중립의 의무를 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은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감찰 과정에 대해 그 누구의 압력 및 개입도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가 정치권 논란이 됐다. 이날 오전 한 언론은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는 그간 윤 대통령 및 여권의 기류와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3월 주변 측근들에게 민정수석실 폐지와 함께 특별감찰관 재가동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중앙일보를 비롯한 복수 언론의 보도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맏형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수도 없이 특별감찰관을 왜 임명 안 하느냐고 계속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했으니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으려면 당연히 임명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은 폐지라든가, 어떻게 하겠다는 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특별감찰관을 포함해 새로운 방식을 구상 중이다. 어떠한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민정수석실 폐지로 검ㆍ경 등 수사기관이 정상화돼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굳이 특별감찰관이 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만’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달가울 게 없다는 속내도 읽힌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국 특별감찰관이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대통령 주변의 비위를 발견했다는 것인데, 이게 우리 입장에선 하등 좋을 게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가족 및 측근 감찰을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특별감찰관 임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인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법률상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무조건 임명해야 하는 구조”라며 “새로운 방식의 감찰 기구를 두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현재 여소야대 의회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역시 특별감찰관 임명 여부가 논란이 되자 주변에 ‘어불성설’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 핵심 측근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고 사실이 아니라며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ㆍ합참 청사를 초도 방문해 공군 항공점퍼를 착용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ㆍ합참 청사를 초도 방문해 공군 항공점퍼를 착용하고 있다. 뉴스1

야권은 “윤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 포기는 측근ㆍ친인척 비리를 안 막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윤 대통령의 본진이고, 경찰은 최측근 이상민 장관을 내려보내 직접 통제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다”며 “그런 검ㆍ경에게 대통령 친인척 조사를 맡기겠다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본인ㆍ부인ㆍ장모 비리로 치른 곤욕을 막기 위해, 아예 손댈 생각도 못 하도록 수사를 막겠다니 기가 막힌다”며 “친인척과 측근들이 모든 견제와 감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윤 대통령의 공정이고 상식인지 묻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 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선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5년 내내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뒀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말기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비위 의혹을 감찰하다가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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