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통장, 적금액 두배 '요술 항아리'”
서울에 사는 H씨(32·여)는 3년 전 국내 명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개설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고심하던 차에 “대학원 학비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H씨는 진학 준비와 일을 병행해가며 매월 15만 원씩 붓기 시작했다. 올 11월 만기 때까지 540만 원을 저축하면 서울시 지원금이 더해져 1080만 원(이자 별도)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H씨는 “그간 대학원 진학 대신 다른 목표를 세웠지만 청년통장은 삶의 원동력이었다”며 “적금은 교육비와 주거비 등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희망두배 청년통장이 청년들의 자산형성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년통장은 자립이 어려운 만 18~34세 청년층의 주거·교육비, 결혼·창업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복지제도다. 매월 10만 원 또는 15만 원을 2~3년간 모으면, 저축액의 두배가량을 불려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출시되는 6%대 고금리 상품과 비교해도 ‘요술 항아리’급 지원”이라고 말했다.
주거·교육비, 결혼·창업자금 마련 효과 '톡톡'
청년통장은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각종 수당과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가입 대상이 일하는 청년이어서 단순한 자립 지원을 넘어 근로의욕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청년통장은 서울시가 취약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도입했다. 2009년 시작된 후 2015년부터는 일하는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쪽으로 세분화됐다. 지난 3월 말 현재 청년통장 누적 가입자는 총 1만8049명에 달한다.
청년통장의 효과는 서울시복지재단의 ‘사업성과 분석연구서’(2019년)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주거·교육비, 결혼·창업자금 등 목적으로 청년통장을 신청해 만기가 된 응답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중 교육비의 경우 긍정평가가 91% 수준이다. 이수영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삶의 목표에 대한 조사 결과 모든 항목에서 만기 해지자가 일반 청년보다 20%포인트 이상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곱창집에서 일한 돈 저축해 가게 인수도
청년통장 가입자인 현모(37)씨는 올해 만기 때 찾을 적금액을 전세자금에 보탤 계획이다. 그는 청년통장 가입기간 동안 사례관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컬러심리테라피 자격증을 따 한때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곱창집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모은 청년통장 적금액 등으로 가게를 인수받은 사례나 뇌병변 장애를 앓으면서도 청년통장을 통해 꿈을 놓지 않은 사례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1000만 원대 초반인 적립금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안정한 청년층의 고용실태를 감안해 해지율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부양의무자 기준 대폭 완화
서울시는 올해 청년통장 대상자 7000명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 경쟁률이 2.43 대 1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자격조건을 완화했다. 그동안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4인 기준 400만9만7000원)였던 부모·배우자 등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올해는 ‘연소득 1억 원 미만’으로 낮췄다. 대상자 본인의 월 소득 기준은 ‘255만 원 이하’로 같다. 신청은 다음 달 2일부터 24일까지 주소지 동주민센터에서 하면 된다.
구종원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청년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청년들의 더 나은 일상과 미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