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건설일정/약속대로 된 것 하나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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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명 한마디 없어 국민생활 혼선/일산은 1년이나 늦춰
정부의 신도시건설 정책이 관 편의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공정이 당초 발표된 일정과 1년의 시차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다할 해명이나 사과성명 한번 없는 실정이다.
말이 앞서고 정작 행동은 뒤쫓아가기도 바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도시건설계획의 경우 이같은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 전혀 사전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신도시건설계획부터 발표했다. 당시 폭등하던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발표부터 하고보자」는 다급함 때문이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4월27일 분당과 일산에 각각 10만5천가구(수용인구 42만명)와 7만5천가구(30만명)규모의 대단위 신도시 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신도시는 89년 10월에 착공,한달후인 11월부터 분양에 들어가고 빠르면 90년말부터 입주되도록 하겠다』고 정부가 장담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단 한가지도 최초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산신도시의 경우는 최초분양이 당초 발표때보다 만 1년이 늦은 31일에야 청약접수를 받도록 돼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산의 신도시건설계획이 1년씩이나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현지주민들의 토지매수를 둘러싼 반발이 거센데다 휴전선에 가까운 지정학적 여건등으로 인해 주무부처인 건설부와 국방부간에 이견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배경설명은 물론 해명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따금씩 분양일정을 내놓으며 정부하는대로 그저 따라오라는 식의 대응뿐이다.
팔당수원지로부터 파이프를 연결,90년말까지 공급완료 하겠다던 일산 상수도건설계획이 그중 하나다.
정부는 수자원공사를 통해 건설하려던 이 계획도 「당연히」 1년 연기했다. 그러나 이 공기연기 사실은 지금까지 발표된 적이 없다.
선심용에는 홍보에 열을 올렸으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일산상수도 90년말 개통예정」의 정부발표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이 일대 주민들의 실망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6공 들어서는 물론 그전에도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 비일비재했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상황에 따라 바뀔수 있음을 대다수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을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그에 맞는 생활 계획을 짜도록 양해를 얻어내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을 행하는 용기가 이제부터라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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