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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측이 담보물로 보유…4.5조원 비트코인 행방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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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권도형

권도형

99.99% 급락한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테라폼랩스가 보유해온 비트코인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어치의 행방에 대해 투자자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테라폼랩스 측이 16일 비트코인 대부분을 테라 가치 방어에 이미 사용했다고 밝혔다.

16일 루나 재단은 트위터를 통해 “테라의 가격 방어를 위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 8만여개를 사용했고 313개가 남았다”고 밝혔다. 루나 재단(LFG·루나 파운데이션 가드)은 테라폼랩스가 ‘테라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루나 재단은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트코인(BTC), 테더(USDT), 바이낸스코인(BNB) 등 준비금 중 총 3조5000억원어치를 테라로 교환했다”는 입장이다.

루나 재단이 밝힌 현재 남은 준비금은 비트코인 313개, 바이낸스코인 3만9914개, 아발란체(AVAX) 197만3554개, 테라(UST) 18억4707만개, 루나 2억2271만개 등으로 16일 오후 시세로 환산하면 약 3억2230만 달러(약 4100억원) 규모다. 루나 재단은 “남은 자산은 테라 소액 보유자에게 우선 보상하는 데 쓰겠다”며 “다양한 배포 방법을 논의 중이고 곧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앞서 15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3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던 루나 재단의 전자지갑이 지난 10일 비워졌다”며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와 바이낸스 계좌로 각각 이체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거래소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팔았는지, 다른 지갑으로 옮겼는지 추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루나재단은 비트코인 8만394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전자지갑이다. 당시 시가로 약 35억 달러(4조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 6일 15억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3만7863개를 추가 매입하며 몸집을 불렸다.

비트코인 매입 자금은 대부분 테라와 루나로 모은 돈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3분기 말까지 100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라폼랩스가 비트코인을 사들인 건 자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가치 방어를 위해서였다. 테라의 가치는 1달러에 고정돼 있다.

때문에 지난 8일 테라의 가격이 0.98달러까지 떨어졌을때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루나 재단이 비트코인을 팔아 테라의 가격을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암호화폐 투자 커뮤니티에서 “구조대가 곧 올 거다. 기다리자”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루나 재단은 비트코인 8만여개를 쓰고도 테라의 가격을 1달러로 돌려놓지 못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지난 12일 “권 대표는 암호화폐 계의 엘리자베스 홈즈”라고 보도했다.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홈즈는 피 몇 방울로 260여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이른바 ‘에디슨 키트’를 개발해 억만장자가 됐지만, 이 기술이 사기라는 폭로로 몰락했다.

코인데스크는 “홈즈는 사업에 실패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새로운 기술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권 대표 역시 앞서 실패한 다른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처럼 테라가 실패할 것을 알고도 투자금을 모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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