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팔린 뒤 강제결혼…목숨 건 탈출" 새터민 대학생 정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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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세 번이나 팔려 다녔고 강제결혼까지 했고 몽골 국경을 넘던 중 동료가 총에 맞아 숨지는 등 갖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이제 사회에 적응하고 뒤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전다빈씨(31.여. 대학 2년)는 8년동안 중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한 뒤 최근 남한에 정착, 대학에 재학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신혼생활을 하던 전씨는 지난 1997년 9월말 휴가를 내고 먹을거리 등을 장만하기 위해 고향인 함경남도 함흥에서 양강도로 장사를 떠났다.

그 당시 전씨가 살고 있던 마을은 1주일 평균 2명씩 기아로 숨지고 관이 없어 시체를 가마니 쌓아 묻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이 속출했다.

장사길에 나선 전씨는 돈이 떨어져 함흥에 돌아가지 못한데다 당창건 기념일에 참가하지 못해 결국 탈북을 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전씨의 중국 떠돌이 생활은 하루 19시간 식당에서 설거지, 인신매매 조직 탈출 도중 적발돼 무차별 구타, 조선족 남자와 강제결혼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강제 결혼을 한 뒤 남아를 낳았고 3년동안 결혼생활을 했으나 중국 공안의 단속이 강화되자 다시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2004년 4월 4일 양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다른 새터민 24명과 함께 몽골 국경을 넘던 중 중국국경경비대의 총격으로 일행 1명이 숨지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총격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가 협상에 나서 전씨 일행은 한국행이 가능했고 전씨는 하나원 교육과정을 거쳐 광주에 정착했다.

전씨는 "사회에 적응하고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중국이 신흥강국인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기구했던 사연과 남한사회 적응 과정, 미래에 대한 꿈과 도전은 15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리는 새터민과 함께하는 광주평화통일포럼에서 주제발표된다.

이밖에 새터민 박송혜씨(28. 여. 대학3년 휴학)가 '대학생활과 법조인의 꿈'을, 장길수씨(33.대학1년)가 '직장생활 적응과 부적응'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장씨의 경우 "14년 동안 군복무를 했으나 각종 불이익을 받았고 한국 언론의 장점 등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느껴 탈북을 하게 됐다"며 이색적인 동기를 털어놓았다.

장씨는 "북한 언론은 굶주림으로 많은 주민들이 죽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정부를 칭찬했고 남한 언론은 대통령 탄핵상황과 대국민사과문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고 비판을 하는 것을 듣고 사회 건전성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평화통일포럼은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탈북민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행정기관과 시민들이 해야할 일을 논의하기 위해 이같은 행사를 마련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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