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정도 녹조는 무독성"이라지만…생쥐 신장은 병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5.10 06:00

지난해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녹조로 인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호수에서 녹조(綠潮)를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독소가 사람 몸에서 아미노산 대사를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기준보다 적게 섭취할 때에도 녹조 독소가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WHO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과학원의 담수 생태·생명공학 국가 핵심연구소와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 독성학센터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남세균 녹조 독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녹조 발생 호수 주변 주민의 혈청에서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이 검출됐고, 이것이 인체의 아미노산 대사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고 신장을 손상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팀 주민 혈액과 소변 조사 

중국 안후이성 차오호에 발생한 녹조. [hello-travel.com 제공]

중국 안후이성 차오호에 발생한 녹조. [hello-travel.com 제공]

연구팀은 매년 남세균 녹조가 발생하는 안후이 성의 차오호(巢湖)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12년 전인 2010년 실험을 시작했다. 차오호는 수면 면적이 760㎢로 서울시(605㎢)보다 넓지만, 평균 수심은 2.5m에 불과하고, 가장 깊은 곳도 5m 정도다.

연구팀은 호수 북쪽 녹조 발생 위험 지역 인근에 있는 종미아오 지역에 5년 이상 거주한 성인 남녀 144명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혈청 속의 녹조 독소와 아미노산 등을 분석했다. 호숫물과 수돗물의 독소 농도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호숫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LR로 환산한 총 MC 농도가 L당 0.14~0.7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측정됐다. 평균값은 0.34 ㎍/L, 즉 0.34 ppb였다. 수돗물에서는 0.06~0.12ppb(평균 0.09ppb)가 검출됐다.
일단 호숫물과 수돗물에서는 WHO가 제안한 안전한 임계값인 1ppb보다 낮았다.

사람의 혈청 시료 144개 중 92개 시료(검출률 63.9%)에서 검출 한계치(0.001ppb) 이상의 MC가 검출됐다. 최대치는 0.31 ppb, 중앙값은 0.016 ppb였다.

혈청에서 MC가 검출된 사람은 혈청·소변의 효소·단백질·아미노산 등 생화학 분석 결과에서 신장 손상의 징후가 나타났다. MC가 검출된 사람은 아미노산 13종과 젖산 농도가 더 높았고, 포도당이나 콜론 등은 농도가 낮았다.
MC는 체내 단백질 분해를 촉진, 아미노산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쥐 실험 통해 독소 작용 확인 

남세균 독소 마이크로시스틴과 신장 손상 실험 과정. [자료; ES&T]

남세균 독소 마이크로시스틴과 신장 손상 실험 과정. [자료; ES&T]

연구팀은 생쥐에게 체중 1㎏당 30㎍에 해당하는 MC를 180일 동안 매일 먹였는데, 세뇨관의 확장과 사구체 비대 등 생쥐의 신장 조직에서 뚜렷한 병변이 관찰됐다. MC에 노출된 생쥐에서 관찰된 아미노산 대사의 극적인 변화는 MC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지역 주민들의 조사 결과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자 역학 연구는 남세균 녹조가 발생한 차오호 인근 주민들이 소량의 MC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아미노산 대사에 현저한 장애와 신장 손상의 실질적인 위험이 있음을 보여줬고, 동물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동물 실험에서 WHO가 최대 무독성량(NOAEL)이라고 제시한 값인 체중 1㎏당 40㎍보다 적은 30㎍을 투여했는데도 장기간 노출되면 아미노산 대사 기능 장애와 신장 손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호수 주변 주민의 추정 섭취량(EDI)이 하루 2.2~3.9㎍으로 계산됐는데, 이는 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섭취 허용량(TDI) 2.4㎍(체중 60㎏ 성인 기준)과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이다. 피부 접촉이나 물고기 섭취로 노출이 많은 어부의 추정 섭취량은 일반 주민의 14배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WHO가 제시한 TDI보다 적은 양이라도 MC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장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재 WHO에서 권고한 TDI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며 "지역 주민의 하루 섭취량이 WHO의 TDI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WHO의 TDI 값을 내려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에서도 녹조 독소 논란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2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낙동강 녹조 샘플을 놓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2일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해 12월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노지 재배한 쌀 시료 2개(각 10㎏)를 분석한 결과, 쌀 1㎏당 각각 3.18㎍과 2.5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환경연합은 이 같은 쌀을 하루 300g 섭취한다고 했을 때 하루 섭취량으로 따지면, 시료 1의 경우 0.954㎍, 시료 2는 0.759㎍에 해당,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 독성 기준 0.06㎍(체중 60㎏ 성인)과 비교하면 12.7~15.9배에 해당한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EPA)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에서 정한 생식 독성 기준에 따르면 60㎏ 성인의 하루 섭취 허용량이 0.108㎍인데, 이 수치의 7~8.8배가 된다.

환경연합은 당시 WHO 기준인 2.4㎍과 비교했을 때, 낙동강 쌀 섭취는 기준치의 32~40% 수준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번 중국 연구 결과를 반영해 WHO 기준이 강화된다면 낙동강 녹조로 키운 쌀이 WHO 기준까지도 초과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낙동강 녹조 문제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25개 단체들이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녹조 독소가 포함된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 금지와 실태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 녹조 문제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25개 단체들이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녹조 독소가 포함된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 금지와 실태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25개 환경·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구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녹조 독(毒)이 있는 낙동강 물로 재배한 농작물을 학교 급식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3월 말 녹조 독에서 안전한 급식을 위해 대구교육청이 나서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안전한 농산물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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