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뒤덮인 호수, 물고기 잡았더니 맑아졌다…中 기적의 실험

중앙일보

입력 2022.04.30 12:00

업데이트 2022.05.12 23:00

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 7월 28일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일대 대청호 위를 녹조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 7월 28일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일대 대청호 위를 녹조가 뒤덮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여름이면 낙동강과 금강 대청호를 비롯해 전국 강과 호수에서 녹조(綠潮)가 발생해 골칫거리입니다.
주로 남세균(藍細菌) 또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대대적으로 번식한 탓입니다.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은 남조류(藍藻類, blue-green algae)로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남세균이 만드는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소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녹조가 발생한 강에서 물놀이하다 물을 마시거나, 강변에서는 호흡을 통해 독소를 흡입할 우려가 있습니다. 녹조가 발생한 물로 재배한 농작물이 독소에 오염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조류의 성장을 막아야 합니다.
태양 빛을 차단하면 남조류의 광합성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 넓은 강과 호수 위를 덮고 가리는 건 불가능하겠죠. 수온을 크게 떨어뜨리면 되겠지만, 여름철 30도 가까이 치솟은 강과 호수의 수온을 얼음으로 식힐 수도 없겠지요.

질소와 인 같은영양물질을 차단하면 좋겠지만, 하수처리장에서도 100% 걸러내기는 어렵습니다. 논밭에 쌓여있다가 빗물에 씻겨 흘러드는 오염물질(이것을 비(非)점오염원이라고 합니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조류가 채 자라기 전에 강물이 빠르게 바다로 흘러간다면 녹조가 생기지 않겠지만, 댐이나 보로 막혀 강물이 천천히 흘러간다면 녹조를 피하기 어렵겠죠.

먹이 사슬을 활용한 생물조절

생물조절 개념.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를 인위적으로제거, 동물성 플랑크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더 많이 포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자료: Water Research, 2022]

생물조절 개념.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를 인위적으로제거, 동물성 플랑크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더 많이 포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자료: Water Research, 2022]

여기에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생물조절(biomanipulation)'이란 것이죠. 먹이 사슬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 자체는 1970년대부터 알려진 것이고, 외국에서는 가끔 사용됐습니다. 이번에 중국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해 효과를 봤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어떤 것일까요?

중국 과학아카데미 수문학연구소와 터키의 미들 이스트 기술대학(Middle East Technical University) 연구팀은 최근 '물 연구(Water Research)'라는 국제 저널에 생물조절로 호수의 남세균 녹조를 저감한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세균을 잡아먹는데, 물고기는 다시 동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습니다. 먹이 사슬이죠.
물고기가 많으면 동물성 플랑크톤이 줄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 녹조가 발생합니다.

플랑크톤 식성(食性, planktivorous) 물고기, 즉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물고기를 잡아내면 동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 녹조가 억제된다는 게 이번 실험 결과입니다.

연구팀이 실험을 진행한 곳은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 성에 있는 해발 1974m의 고지대 호수인 얼하이 호수(洱海湖)입니다. 호수 면적은 252㎢이고, 물의 양은 29.59억 ㎥입니다. 저수량으로는 한국의 소양호와 같지만, 호수 면적은 3.6배여서 소양호보다는 얕습니다.

중국 윈난성 얼하이 호수에서 실험 

윈난성 얼하이 호수에서 진행한 실험. 오른쪽 위는 실험을 진행한 얼하이 호수(C). 왼쪽 위는 얼하이 호수에서 울타리 실험을 진행한 장소. 오른쪽 아래는 실험지역과 울타리 사진. [자료: Water Reserch, 2022]

윈난성 얼하이 호수에서 진행한 실험. 오른쪽 위는 실험을 진행한 얼하이 호수(C). 왼쪽 위는 얼하이 호수에서 울타리 실험을 진행한 장소. 오른쪽 아래는 실험지역과 울타리 사진. [자료: Water Reserch, 2022]

이 호수에는 원래 항랑어(抗浪鱼 Schizothorax  taliensis)라는 토종 물고기가 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1950년대 물고기 생산을 늘리기 위해 대두어(大頭魚, Hypophthalmichthys  nobilis)를 풀어놓았고, 1980년대 이후에는 태호신은어(太湖新銀魚, Neosalanx  taihuensis)라는 물고기도 방류했습니다.
이들 물고기로 인해 동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2010년에는 이 호수에 빙어(Hypomesus  nipponensis)까지 출현해 2016년 이후에는 우점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동시에 얼하이 호수는 주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로 부(富)영양화가 진행되면서 남세균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유럽 북부 온대지역 호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한 생물조작이 아열대 고지대 호수인 얼하이 호수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선 2018년 4월부터 2019년 5월 사이에 호수에 울타리를 쳐서 0.35㎢ 면적의 영역 두 개를 만들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물은 통과하는데 물고기는 통과할 수 없는 그물 같은 울타리를 치고 물고기를 잡아낸 것입니다.
0.35㎢ 한쪽 영역에는 물고기를 잡아내고, 다른 0.35㎢ 영역에서는 물고기를 그대로 뒀습니다.

물고기는 2018년 6월 초부터 매달 두 번씩 모두 2.36톤을 제거했는데, 빙어가 68%, 살치 (Hemiculter  leucisculus)가 15%, 갈문망둑 (Ctenogobius  giurinus)이 6%, 태호신은어가 4%, 참붕어(Pseudorasbora  parva) 3%, 금붕어(Carassius  auratus) 0.5%를 차지했습니다.

빙어.

빙어.

울타리 실험을 진행한 결과 물고기를 제거한 영역에서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밀도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벼룩의 일종인 보스미나(Bosmina, 크기 0.4~0.6㎜)는 7월과 11월에 많이 증가했고, 물벼룩 중에서도 큰 종류인 다프니아(Daphnia, 크기 1~5㎜) 역시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은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물고기를 제거한 영역에서도 수질이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동물플랑크톤 늘고 남세균 줄어

생물조절 실험 결과. 파란색은 생물 조작 시행 전, 노란색은 생물 조절 시행 후. 생물조절 후에 남세균의 농도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계절끼리 비교했지만, 분석한 연도는 다르다. [자료: Water Research, 2022]

생물조절 실험 결과. 파란색은 생물 조작 시행 전, 노란색은 생물 조절 시행 후. 생물조절 후에 남세균의 농도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계절끼리 비교했지만, 분석한 연도는 다르다. [자료: Water Research, 2022]

연구팀은 울타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5월 호수 전체로 실험을 확대했습니다. 호수에서는 약 1000척의 어선을 동원해 빙어 잡는 그물을 이용해 총 2829톤(㏊당 113㎏)의 물고기를 계속 잡아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낸 결과, 물벼룩이 증가했습니다. 다프니아는 겨울에 뚜렷이 증가했고, 보스미나는 4계절 내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 중에서도 요각류는 봄과 여름에 줄어들었습니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하면서 남조류와 녹조류, 규조류는 모두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다만 다프니아가 증가한 기간에 남세균이나 녹조류는 줄어들었지만, 규조류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동물성 플랑크톤 대(對)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세균의 생물량 비율이 크게 변화한 것은 물고기 제거 후 식물성 플랑크톤에 대한 동물성 플랑크톤의 포식 압력이 상당히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물고기 공격에서 벗어난 물벼룩 등 동물성 플랑크톤이 남세균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으로 먹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물조절 실험 전과 후의 비교가 각기 다른 해에 이뤄졌습니다. 남세균 분포에 생물조절 외에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구팀도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 제거는 호수에서 외부 영양소의 유입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실행해볼 만한 호수 복원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도 "효과가 계속 유지하기 위해 물고기를 계속 잡아내야 할 것인지 등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소 배출 남세균은 해결 어려워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aeruginosa)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작은 세포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주머니가 터지면 하나씩 흩어지게 된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아나베나(Anabaena flos-aquae)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사슬형태로 돼 있으며 사슬 중간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세포도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채집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아나베나(Anabaena flos-aquae)의 광학 현미경 사진. 여름철 녹조 발생의 원인 생물이다. 사슬형태로 돼 있으며 사슬 중간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세포도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중국 얼하이 호수 실험을 통해 생물조절 방법이 효과가 있는데, 우리 4대강 보에도 적용이 가능할까요?

우리는 전국 댐이나 4대강 보에서 물고기를 대대적으로 잡아낼 수 있을까요?

더욱이 남세균 중에서도 독소를 생산하는 종류는 다프니아 같은 물벼룩도 잘 잡아먹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남세균 중에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양분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습니다.

햇빛도 가릴 수 없고, 수온을 낮출 수도 없고, 양분을 줄여도 소용없고, 생물조절도 소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튼 남세균 녹조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지난해 8월 30일 강원 춘천시 소양강의 녹조 낀 수면 위로 흰뺨검둥오리가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30일 강원 춘천시 소양강의 녹조 낀 수면 위로 흰뺨검둥오리가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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