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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한 달여 만에…여성 불법촬영물 400건 인터넷서 삭제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제대로 (사진 찍어) 보내면 내가 진짜 그냥 넘어가 줄게.”

A양(14)은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B군(17)의 괴롭힘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한 A양은 이를 피하려 B군 요구대로 자신의 신체사진을 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B군은 계속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A양에게 또 다른 신체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부모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A양은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다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A양은 지난 3월 29일 개관한 서울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센터 측은 A양 부모를 대신해 고소장 작성부터 증거물 채증, 변호사 선임 등을 도왔다. 결국 B군은 경찰에 붙잡혔고, 수사과정에서 불법 촬영물 원본이 회수됐다.

C씨(21·여)는 지난해 자신을 쇼핑몰 관계자로 소개한 D씨로부터 모델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다. D씨는 C씨와의 만남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촬영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C씨가 거절하자 D씨는 위약금 등을 운운하면서 “수위가 높은 사진은 삭제해주겠다”고 했지만 노출 사진은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C씨는 사진 유포 사실을 알게 된 뒤 학교를 휴학하고,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 얼마 전 C씨는 센터를 알게 됐고, 현재 유포·재유포자 등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센터는 불법 촬영물의 삭제지원과 심리상담 연계를 통해 C씨를 돕고 있다.

서울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가 개관 한 달여 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센터는 그동안 불법 촬영물 400건을 삭제하고 피해자 수사·법률 지원(119건), 심리·치유지원(273건), 일상회복 지원(38건) 등을 했다.

서울시는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9일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 보라매병원과 ‘법률·심리치료·의료지원 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관은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심리치료 지원단’을 꾸려 법률·소송지원과 긴급 의료, 심리치료 등에 나선다. 지원단은 디지털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심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다. 오세훈 시장은 “이번 협약으로 더 촘촘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맞춤형 지원을 통해 (피해자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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