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사용 오인해 제압 나선 경찰관에 대응해 폭력…“정당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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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에게 맞대응한 민원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

경찰관에게 맞대응한 민원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

경찰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민원인을 제압했으나 실제 흉기가 없었던 상황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맞대응했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맞은 경찰관은 2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서 1층 민원실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서장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면담요청 내용을 묻는 경찰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관과 이야기할 당시 한 손에 우산과 하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한 손을 다른 손으로 옮기려는 순간 ‘흉기를 꺼낸다’고 생각한 경찰관에 의해 수 m 이상 밀쳐졌다.

A씨와 경찰관은 잠시 몸싸움을 벌이다가 1분 뒤 다른 경찰관 3명이 추가로 현장에 와서 A씨를 완전히 제압했으며,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이 경찰서라 많은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던 점, 피고인이 한 손에 우산과 비닐봉지를 동시에 들고 있어 바로 위험한 물건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손이 실제로 비닐봉지에 닿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며 “피해자(경찰관)가 진술하는 바와 같이 급박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으로서는 비닐봉지를 개봉하거나 그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는 아무런 사전 예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수 m 이상 밀쳐지는 유형력을 행사 당했다”며 “놀라고 당황해 경찰관이 잡은 팔을 떼려고 하면서 팔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력행위는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으로서는 예상 못 한 과잉 제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공무집행방해의 고의나 상해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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