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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소변 보는 노숙인 신고' 게시물, 노숙인 혐오 조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지난 1월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에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노숙인들의 안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지난 1월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에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노숙인들의 안부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는 지하철 역사 안팎에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건 노숙인의 인격권 침해라며 한국철도공사와 서울교통공사에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서울역장은 지난 1월 지하철 서울역 2번 출구와 엘리베이터 안팎에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청량리역장이 기차역 대합실의 파손된 TV 화면에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보상 청구 중’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하기도 했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이런 게시물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역장은 지난해 5∼6월 노숙인 2∼3명이 역사 안에 상습적으로 방뇨해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하루에 8∼9차례 접수되는 등 개선 요청이 있어 해당 게시물을 부착했고,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청량리역장은 지난해 9월쯤 노숙인이 역사 내 TV를 파손해 철도 이용객을 위한 안내 게시물을 부착했는데, 이 문구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노상 배설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지한다는 내용은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인데도 게시물에 그 대상을 ‘노숙인’으로 특정한 것은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런 게시물을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고 봤다.

아울러 해당 역사에서 게시물이 모두 철거됐지만, 이미 게시물이 다수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한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울역과 청량리역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하고, 소속기관 등에 해당 사례를 전파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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