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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참 어렵다"…쿠바 악동 푸이그, 험난한 한국 적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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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긴 슬럼프를 겪다 27일 12경기 만에 멀티히트에 성공한 키움 야시엘 푸이그. [사진 키움 히어로즈]

최근 긴 슬럼프를 겪다 27일 12경기 만에 멀티히트에 성공한 키움 야시엘 푸이그. [사진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는 과거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했던 '쿠바 악동'이다. 당시 같은 팀에서 뛰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친분이 깊어 한국 야구팬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빅리그 7시즌 통산 성적이 타율 0.277, 홈런 132개, 415타점. 야구 재능은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다. 다만 다혈질 성격, 숱한 사건·사고와 돌발행동, 팀 내 불화 등 경기 외적인 논란이 잦아 미국 내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키움은 "푸이그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며 과감하게 올 시즌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실제로 푸이그는 키움 선수단에 순조롭게 녹아들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운동장에서 훈련을 할 때 누구보다 진지한 선수다. 올해 팀이 우승하면 푸이그가 동료들을 미국 마이애미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작 푸이그는 사생활이 아닌 야구로 속을 썩였다. 시범경기에서 1할대 타율로 고전했고, 좀처럼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해 걱정을 샀다. 홍 감독이 "푸이그의 야구 기술 문제로 고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개막 직후엔 반짝 활약으로 우려를 씻어버리는 듯했다.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했고, 12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만루홈런까지 터트렸다. 그러나 13일 NC전 3안타를 끝으로 타격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2경기에 하나 꼴로 안타를 생산하다 급기야 무안타 간격이 더 길어졌다. 키움이 기대했던 파괴력은커녕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홍 감독과 키움 선수들이 기를 살려주려고 애를 썼지만, 푸이그가 타석에서 얼굴을 찌푸리거나 아쉬운 감정을 표현하는 날이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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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결국 지난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푸이그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 게임 전까지 푸이그의 성적은 타율 0.219, 홈런 3개, 9타점에 그치던 참이다. 장타율은 0.370으로 리그 30위 안에도 못 드는 수준이었다. 특히 직전 10경기 타율은 0.088로 처참했다. 홍 감독이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극약처방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타격감이 좋은 3번 이정후가 앞에서 계속 출루하는데도 푸이그가 뒤에서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유독 푸이그 앞에 득점 기회가 많이 오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안 나온다. 찬스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며 "타순(4번) 변경을 꾀하려 해도 마땅한 다른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홍 감독은 계속 푸이그를 믿겠다고 했다. "훈련 때는 타격감이 정말 좋다. 코치들과 타격의 문제점이나 방향성에 관한 소통도 잘 되고 있다. 경기 때 언제 폭발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제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지났으니 스스로도 뭔가 느낄 때가 된 것 같다. 푸이그가 잘 쳐줄 때까지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홈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푸이그(오른쪽). [사진 키움 히어로즈]

지난 1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만루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홈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푸이그(오른쪽). [사진 키움 히어로즈]

푸이그는 바로 그날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1회 2사 1루와 3회 1사 후 연속으로 중전 안타를 쳤다. 2-0으로 앞선 5회 초엔 선두 타자 이정후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쳐 추가점을 뽑았다.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2경기 만의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이자 4경기 만의 타점이었다. 하루 만에 타율을 0.219에서 0.244로 끌어올렸다. 키움에는 1승 이상으로 반가운 활약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푸이그는 큰 짐 하나를 덜어낸 뒤 "야구가 참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 투수들의 구질이 좋다.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했고, 실내 연습장이나 타격 훈련에서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매일 집중했다"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더 많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강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키움은 여전히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푸이그의 이런 활약이 오래 지속되기를 선수 자신과 팀 모두 바란다. 푸이그는 "앞으로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잘 설정하고, 상대 투수의 구종을 미리 생각해가면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며 "강한 타구를 더 많이 생산하고 싶다"고 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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