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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신스틸러 택시사장, 배우 쩡장 홍콩 격리 중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 영화 영웅본색으로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배우 쩡장이 27일 격리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쩡장 웨이보]

홍콩 영화 영웅본색으로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배우 쩡장이 27일 격리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쩡장 웨이보]

홍콩 누아르의 걸작 ‘영웅본색’(1986)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베테랑 배우 쩡장(曾江·케네스 창)이 27일 홍콩에서 세상을 떠났다. 88세.

美 버클리대 건축과 출신 르네상스맨 #“죽음은 마무리…너무 많은 후회 않길”

지난 1986년작 홍콩 영화 ‘영웅본색’에 견숙 역으로 출연한 쩡장이 출소한 송자호(적룡 분)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

지난 1986년작 홍콩 영화 ‘영웅본색’에 견숙 역으로 출연한 쩡장이 출소한 송자호(적룡 분)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휴가에서 돌아온 쩡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일주일 간의 호텔 격리 중 사흘째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쩡장은 류머티즘과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격리 이튿날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고 백신 접종 3회까지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격리 중 사망 소식에 고령자의 경우 재택 격리를 허용하거나 보호자 동반 격리를 허용하는 등 보다 ‘인간적’인 격리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우위썬(吳宇森·오우삼) 감독의 출세작인 ‘영웅본색’에서 쩡장은 주연배우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와 적룡을 돕는 택시회사 사장 견숙(堅叔)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를 포함해 66년간 220편의 영화와 TV 드라마 50여편에 출연했다.

1934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쩡장은 1949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주룽(九龍)반도의 화런서원(華仁書院)을 다닌 뒤 미국 유학에 올랐다. UCLA 버클리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해 건축사로 3년간 근무했다. 홍콩에서 건축가가 활약할 공간이 한정됐다는 판단에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능숙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배역으로 활약했다.

홍콩 최대 공중파 방송국 TVB의 무협 드라마에 다수 출연했다. 1983년작 사조영웅전·신조협려에서 동사(東邪) 황약사로, 1986년작 의천도룡기에는 금모사왕 사손 역으로 나왔다. 영화 ‘도청풍운’ 시리즈로 두 차례 홍콩 영화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그는 지난 2015년 ‘도청풍운3’로 34회 홍콩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007 어나더 데이’에 북한군 문장군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국제관계학자로 유명한 선쉬후이(沈旭暉) 전 홍콩 중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쩡장은 외조부가 청나라 주미공사를 역임한 명문가 출신으로 구(舊) 홍콩 연예계의 진정한 르네상스맨”이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쩡장은 자신의 마지막에 대한 의견을 수년 전 인터뷰에 남겼다. “죽음은 마무리다. 가장 바라는 바는 그 일이 오기 전에 너무 많은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희망 한 가지가 더 있다. 내 모든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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