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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강행 vs 저지…여야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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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올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박 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올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박 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절차에 돌입하며 정치권이 소용돌이쳤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항하는 한편, ‘검수완박’ 법안들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며 법적 투쟁에도 나섰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최종 조율에 실패하자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개시했지만, 171석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활용해 ‘회기 쪼개기’로 맞대응하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민주당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4월 임시국회 회기를 27일 자정에 종료하는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 수정안을 제출해 가결시켰다. “필리버스터 중에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는 국회법 조항(106조의 2)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이날 자정 7시간 만에 강제 종료시키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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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어 30일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30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이미 필리버스터가 종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쳐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이날 상정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그날(30일)도 똑같이 회기를 하루로 자를 것”이라며 “그러면 국민의힘이 형소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더라도 또 끊긴다. 이후 5월 3일 임시국회를 열어 두 번째 법안까지 통과시키면 끝난다”고 말했다. 이는 2019~2020년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 때 사용했던 방식이다.

다만 민주당이 당초 목표로 했던 5월 3일 정례 국무회의 의결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인 5월 9일 전 소집될 임시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공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법사위 의결안과는 다른 수정안이 부의됐다. 검찰이 수사 가능한 2대 범죄의 범위(검찰청법 4조)에 대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돼 있던 표현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수정했다.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는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 한한다”는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국민의힘 측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필리버스터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후 5시11분쯤 첫 주자로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며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저지 나서자 … 민주당 30일 또 임시국회 소집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권 원내대표는 “회의장이 너무 소란스럽다”며 박 의장에게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종민 의원을 두 번째 토론자로 올렸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 중재안은 박병석 안이기도 하지만 권성동 안이기도 하다. 저는 권성동 안에 찬성한다”며 국민의힘이 양당 간 합의를 뒤집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7년에 윤석열 특수부 검사를 중용한 게 잘못의 시작”이라는 말도 했다.

세 번째로 연단에 오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은) 자신들의 직권남용 범죄를 숨기기 위한 법안”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법적 투쟁에도 돌입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전날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효력정지 및 본회의 부의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안건조정위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선임이 무효라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민 의원이 민주당 의원으로 안건조정위 안건에 포함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위장 탈당한 민 의원이 야당 몫 위원으로 선임된 건 안건조정위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안건조정위원장 선출 건에 대한 안건조정 회부 신청이 무시돼 절차상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법적 투쟁에는 대검찰청도 가세할 조짐이다. 대검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며 향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선 국민투표가 거론됐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민투표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아침부터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여론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오전 9시40분쯤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국민독박” “죄인대박”이라고 쓴 세로 피켓을 세우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법 즉각 중단하라” “권력비리 은폐시도 검수완박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시위도 벌였다.

반면에 민주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국민의힘 측과의 비공개 협의 과정을 일일이 공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 회의 직전 권 원내대표와 유상범 간사 등과 비공개회의를 했다”며 “법조문 하나하나가 합의사항 범주 안에 있는지 따지면서 문구를 정리했는데, 이후 국민의힘이 국회법 절차를 방해했다.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이 판을 깨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공방이 절정으로 치닫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마지막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지만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1시간가량의 회동에도 소득이 없었다. 이후 박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미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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