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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당 이중대’ 기로에 선 정의당…필리버스터 종결 동참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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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정의당이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민의힘이 예고한 ‘검수완박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무력화에 정의당의 입장이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27일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정당의 반론권을 사실은 보장하는 제도인데 소수정당이 필리버스터 정신을 무력화시키는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 문제는 지금 의원님들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계시는 상황이다. 팽팽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중단 동참 요청에 응할지 여부를 둘러싼 당내 딜레마 상황을 전한 것이다. 그러면서 배 원내대표는 “필요하다고 하면 (필리버스터 강제 중단 표결 참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시작 24시간 이후 재석 의원의 5분의 3의 찬성하면 끝낼 수 있다. 민주당은 자체 171석과 친여 성향 무소속 6석, 기본소득당 1석,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을 다 더해도 정족수인 180석에 미치지 못해 정의당(6석) 협조가 필수다. 일부 의원이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정의당의 선택은 더 중요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만 참여해준다면 이번주 내로 ‘검수완박’ 법 처리를 완료할 수 있다. 법안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만큼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법사위 의결 과정에서 자신들의 수정요구(선거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 박탈 유예)가 받아들여지면서 검수완박 법안의 4월 처리에 대해선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상태다. 배 원내대표는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충분한 논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합의안에 반영됐기 때문에 정의당은 합의안에 찬성한다. 4월 국회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검수완박법 연대 위한 민주당 구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를 예방,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를 예방,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의 변화를 위해 민주당도 공을 들여왔다. 6월 지방선거로 발생하는 선거사범 처리는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 수정 요구를 수용했고 정의당의 숙원 사업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 일정도 확정했다. 지난 15일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시범 도입 합의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도 정의당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배 원내대표는 “차별금지법과 검찰개혁 문제를 전혀 연동시키지 않았다”고 부인해왔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을 포함한 전폭적 협조를 기대해왔다.

진중권 “필리버스터 중단에 가담하면 망할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7월 8일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연속 강좌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7월 8일 ‘직설청취, 2022 대선과 정의당’ 연속 강좌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정의당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동참 문제 앞에선 머뭇거리고 있다. 당내에서 “자칫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절차에 합류했다가, ‘조국 사태’때와 같은 이중대 프레임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 탈당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까지 무너뜨리는 절차적 부정의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정의당에 재입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의당은 아직도 정신들 못 차렸나. 이번에 스탠스를 완전히 잘못 잡았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가담하면 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데 거기에 왜 숟가락을 얹나”며 “제대로 된 검찰개혁, 민주당도 국힘도 아니고 정략을 배제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우리가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원게시판에서도 “언제까지 민주당에 기생할 것이냐” “정의당은 중재 역할을 할 게 아니라 검수완박 법에 대한 옳은 입장과 옳은 결정을 고수해야 한다” 등의 비판이 잇달았다.

한편 민주당은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막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회기 쪼개기’라는 또 한번의 꼼수로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플랜B’를 세워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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