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 개선 위한 미 의회 압박 커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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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낸시 펠로시(미국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중국에 대해 아주 강성이다. 그는 중국에 중요한 법안들에 대해선 항상 반대표를 던졌다."(중국 상하이 해방일보)

"펠로시가 차기 하원의장으로 취임하게 돼 매우 행복하다. 그에게 진심 어린 축하 인사를 보낸다."(데이비드 왕 대만 외교부 대변인)

미국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중국과 대만에선 이처럼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펠로시를 비롯한 민주당 중진 다수가 그동안 반중(反中)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개원하는 미국의 새 의회 활동에 대해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중국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미국 의회의 압력이 가중될 것이며,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조치도 검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대표는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주의자다. 올 4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그는 LA 타임스에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은 그런 독재자(such a despot)를 환영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후진타오가 2002년 미국을 찾았을 땐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다 투옥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편지를 그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해 중국 측을 난처하게 했다.

91년에는 천안문 광장을 찾아가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을 위하여'라는 깃발을 들고 희생자 추모식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중국 당국은 "코미디를 한다"고 비난했고, 경찰은 그의 수행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중국이 2008년 여름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미국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펠로시는 "인권을 탄압하는 나라는 자격이 없다"며 끝까지 반대했다. 그는 또 중국에 무역 최혜국 대우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주도하는 110대 의회가 개회되면 중국에 대한 공세적 입법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은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북한.이란 핵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되는 만큼 펠로시도 미.중 관계를 마냥 위태롭게 몰고 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펠로시, 종군 위안부 결의안에도 관심=9월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통과한 종군 위안부 결의안이 연내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 정부가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이번에도 결사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도 새 하원에선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펠로시는 이 결의안을 여성 인권 차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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