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잘하면 홍보 안 해도 국민이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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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최대 약점이자 모순은 '혁신정부'란 이미지만 강조하다 혁신의 실재는 사라지고 무기력과 허무감만 남은 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김광웅(사진) 행정대학원 교수는 13일 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을 이같이 요약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14일 개최하는 '정책 & 지식 포럼'을 앞두고 공개한 '새로운 정부-미래 정부론'이란 발제문을 통해서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중앙인사위원장(1999년 5월~2002년 5월)을 지냈다.

김 교수는 발제문에서 현 정부가 ▶정책.인사.시대흐름 인식 등 3대 실패를 저질렀고▶정부 기구 및 역할의 확대▶국가채무의 증대▶자문위원회의 무분별한 운용▶공격적 과잉 홍보▶과거 지향적 독선의 리더십 등 5대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국가공무원 정원이 4006명 늘어난 것을 예로 들며 '큰 정부론'을 비판했다. "지난 4년간 부동산.교육.통일 등 정부 정책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현 정부는 아직 작기 때문에 공무원을 늘려야 하고 빚을 지면서까지 분배에 치중해야 한다는 형이상학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고 일만 잘하면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홍보정책을 통해 실재와 이미지를 뒤바꿔 국민에게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행정기구 개편과 관련, 김 교수는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정부의 역할은 재조명돼야 하고 정부 부처가 효율성과 기능 위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지해야 할 부처로 국정홍보처.여성부.조달청을 꼽았다. 행정자치부의 업무는 지자체로 이관해야 하고, 업무 성격이 비슷한 부처들은 외교통일부(외교.통일), 교육과학부(교육.과학기술), 복지부(보건복지.여성.가족.노동), 산업부(정보.산업), 자원부(농림수산.해양) 등으로 통폐합할 것을 제안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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