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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年 임금동결은 삭감” 버스 총파업 예고…서울시 “전철·택시 증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버스기사 임금, 최초로 2년 연속 동결되나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이 26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와 사측인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이 2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막판 협상을 벌인다. 노조는 26일 0시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협상안이 타결될 때까지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노조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총 32만2276원(4호봉 기준 8.09%)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재호 서울시 버스노조 법규국장은 “버스노조는 지난해 서울시의 코로나19 비상수송대책 협력하고 심지어 확진자가 발생한 다른 버스회사에 파견 근무까지 했었다”며 “지난해에도 임금동결을 한 것을 고려하면 시내버스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4% 高물가에 포상금도 1→3개월마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를 지나는 한 시내버스 창문에 오는 26일 시내버스 총파업을 예고하는 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를 지나는 한 시내버스 창문에 오는 26일 시내버스 총파업을 예고하는 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노조 측은 “만약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최초로 2년 연속 버스 기사들의 임금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물가마저 고공행진 중인 것도 임금인상 요구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로 40개 선진국 중 2번째로 높다. 이 때문에 노조는 “임금 동결은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은 사측이 ‘무사고 포상금’ 지급 단위를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자고 제안한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무사고 포상금은 당초 한 달만 사고가 없으면 월 21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측의 요구대로면 3개월간 사고를 내지 않아야 3개월 치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4월에 사고가 있었어도 5월 무사고일 경우 포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개정 후엔 4월에 사고가 나면 6월까지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사측, “예산지원 줄고 코로나19 재정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지난 19일 서울 양천공영차고지 앞에 정차한 시내버스들. [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지난 19일 서울 양천공영차고지 앞에 정차한 시내버스들. [연합뉴스]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과 지난해 각종 수당이 올랐다는 것 등을 이유로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버스 기사들의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매월 지급되는 무사고 포상금이 4만5000원(27.3%) 올랐다. 여기에 연간 19시간이 할애되는 교육수당(시간당 기본급 지급)이 지난해 신설되면서 사실상 임금이 1.3% 인상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올해 기본급과 유급휴일 폐지 등 기타 수당 모두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 입장에선 서울시의 버스 예산이 줄어든 것도 임금 동결을 주장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이후 버스 회사의 수익금을 업체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다.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도 버스 운행을 원활하게 하는 등 노선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서울시의 올해 버스 예산은 3838억 원으로 4년 전(5402억 원)보다 약 29% 줄었다.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미처분이익잉여금(누계)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미처분이익잉여금(누계)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노조 측은 그러나 “버스회사의 경영수지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며 “버스회사들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이 4486억 원에 달하지만, 이런 성과 이윤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 이익잉여금은 2019년 4487억 원으로 2015년(2822억 원)보다 59% 증가했다.

노·사 평행선에…서울시, “비상수송대책 가동”

지난 2월14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차량사업소 검수고에서 관계자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조전동차를 시운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14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차량사업소 검수고에서 관계자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조전동차를 시운전하고 있다. [뉴스1]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파업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버스노조는 지난 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고, 19일 찬반 투표를 열어 87.3%의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했다. ‘조정기한 연장 없이 26일부터 전면 운행 중단에 돌입한다’는 게 파업안 골자여서 당장 26일 오전부터 ‘출근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버스노조에 가입된 시내버스는 61개 사 7235대(마을버스 제외)로 전체 시내버스의 98%에 달한다.

서울시는 파업 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버스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다른 대중교통의 운행을 추가·연장하는 식이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1일 총 190회를 증회하고 막차도 익일 1시까지 연장한다. 25개 자치구에선 시내버스 노선 중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무료 셔틀버스 436대를 운행한다.

서울시는 또 현재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 제한적으로 시행중인 심야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전 시간대로 확대해 일평균 1만4800대의 택시를 추가로 공급키로 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노사 간의 합의가 조속하게 도출되길 바라며, 시민들의 대체 교통수단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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