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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권성동 비밀리 소환…박의장이 던진 '검수완박' 빅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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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 강 대치로 치달았던 여야를 극적 합의로 이끈 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이었다.

박 의장은 22일 오전 일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밀리에 국회로 소환했다. 19일부터 나흘 간 논의했던 검찰개혁 최종 중재안 문구를 수정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9시 45분 국회의장실에서 중재안을 여야에 전달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여야 원내대표와 심야 회동을 포함해 여러 차례 장시간 토의를 했다. 어떤 경우에는 국회의장 공관에서 자정까지 (토의를)했다”고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장이 중재안 마련에 돌입하기로 결심한 건 지난 주 금요일(15일)이었다고 한다. 당초 박 의장은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ㆍ캐나다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15일에는 “검수완박은 야반도주”라고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가 “오만방자한 언행”이라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박 의장은 고심 끝에 이날 출장을 취소하기로 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금요일 오후에 박 의장이 출장을 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월요일(18일)에 외교 경로를 통해서 (순방을 가지 않는다고)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의장은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를 두루 만나며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주말 사이에는 김부겸 국무총리도 만나 중재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여야 원내대표들과는 19일부터 수시로 국회 안팎에서 만나며 중재 협상을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화요일에 박 의장이 ‘미국 출장을 보류할 테니까 양보안을 갖고 와라’고 했다. 그리고 수요일(20일) 오전에 만나고, 저녁에 의장 공관에서 또 셋이 만나서 자정까지 회의한 뒤 오늘 아침에 마무리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새벽 6시부터 8시 사이, 또 저녁 7시부터 12시 사이, 국회의장 공관을 비롯한 국회 안팎 여러 공간에서 셀 수 없이 수차례 만났다”고 전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과도 2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만났다. 의장실 관계자는 “법조계 전문가들 의견을 들으면서 의장이 직접 공부하면서 수기로 중재안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수차례 만났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3일에 걸쳐서 나눠 만나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시도하다가 무산된 사례를 들었다. 박 의장은 “우리가 열린우리당 때 152석 의석을 갖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는데, 여야가 합의해온 개정안을 일부 강경파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고)지금까지 한 글자도 못 고쳤다. 개정안에는 이미 독소조항이 없어졌었는데 결국 아직도 국보법에서 고쳐진 게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당 간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인 부분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문제와 보완수사권 문제였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중재안에 못박는 걸 놓고 우려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또 6대 범죄 수사권 가운데 몇 개까지를 검찰에 남기느냐를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자 박 의장은 최종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박 의장이 마지막 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당이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이 상정하려는 안도 처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이 제시한 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빅딜’이 이뤄졌다. 최종 합의문 1항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는 내용이, 4항에는 “(일부 사건에 대해)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보완수사권)”는 내용이 담겼다.

중재안 마련에는 양당에서도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등 극히 일부만 참여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사전에 공유된 내용이 없다는 게 권성동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당선인에게 사후에 간단하게 보고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합의문을 발표하며 “더 이상 검찰개혁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앞으로는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돼서 다시 신뢰받는 국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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