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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국 용병도 살려면 무기 버려라" 마리우폴에 최후통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일리치 제철소가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일리치 제철소가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52일째인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사실상 함락했다며, 우크라이나군에게 "살려면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17일 오전 6시(우크라이나시간, 한국시간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와 외국 용병이 무기를 내려놓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 발표 이후 러시아군은 아직 마리우폴 대한 공습 등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직 마리우폴을 전부 뺏기지 않았다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에서)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군을 제거한다면 평화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영토도 국민도 협상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마리우폴 도시 전체를 완전히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남은 우크라이나 저항군은 마리우폴 동쪽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일부 남아 있다. 아조우스탈은 마리우폴 최대 제철소로 우크라이나 지역 방위대인 아조우연대가 최후 저항을 벌이고 있다.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군은 공세를 높였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는 이날 투폴레프(TU)-22M 전략폭격기로 우크라이나군이 고립된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TU-22M 전략폭격기는 핵탄두와 재래식 무기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다. ISW는 "러시아군이 TU-22M 전략폭격기까지 투입한 것은 남은 저항군을 화력으로 파괴해 조만간 전투를 끝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대국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대국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에도 우크라이나군은 항전 의지를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언론에 "마리우폴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부상병까지 전투에 나서고 있다"며 "러시아는 고의로 마리우폴에 있는 모든 사람을 없애려 한다. 그래도 우리는 (도시를) 방어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개전 이후 16일까지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 2500~3000명이 사망했고, 1만여명이 부상했다고 추산했다.

마리우폴이 함락된다면 이는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의 수중으로 떨어지면 크림반도로 가는 육로가 생기고, 아조우해 북쪽 해안 전역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가 '나치 극우주의자'로 규정한 아조우연대를 궤멸시킨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의 명분으로 삼은 '탈나치화'를 내세울 수 있게 된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반군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과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50일 넘게 계속된 러시아군의 포위 상황에 마리우폴은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돼 도시 기능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민간인 사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개전 이후 16일까지 마리우폴에서 어린이 200명을 포함해 민간인 2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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