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나이 계산법의 ‘만 나이’ 기준 통일 추진이 공식화되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이 계산이 통일돼 좋다”는 환영의 목소리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11일 내년 초 만 나이 시행을 위해 표기 규정을 마련하고,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는 개별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출생 즉시 1세로 시작해 매년 1월1일에 한 살을 추가하는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매년 한 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혼란 해소 기대” “어려지는 것도 좋아”
만 나이 통일로 “생활 속의 크고 작은 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친 정모(44)씨는 “초등학생 아이 약을 사거나 백신을 접종시킬 때 만 나이와 연 나이 중에 뭘 써야 하는지 고민이었는데 혼란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만 나이 적용으로 1~2살 어려지게 되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생 오성욱(26)씨는 “저는 한국식 나이로 27살인데 만 나이로 하면 25살”이라며 “아무래도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나이가 어려지면) 시간이 많아지니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공문서나 민법상에서는 이미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강모(26)씨는 “(연 나이를 사용하는) 술·담배 구매도 통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상징적인 선언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연 나이’를 활용해 입대 시기를 정하는 병역법, 술·담배 구매 가능 나이를 정하는 청소년보호법 등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몇 살이야?”…한국식 나이 유지될 것
만 나이 도입으로 ‘한국식 나이로 서열을 정리하는 문화’에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부 기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열 정리에 한국식 나이는 계속 활용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임모(25)씨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한국식 나이로 몇 살인지 물어보는데, 빠른 년생 등 미묘한 시간 차이까지 따지는 문화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정부가 면적 세는 단위로 제곱미터(㎡)를 도입했다고 평을 세는 관습이 사라지지 않았듯, 한국식 나이로 ‘형·동생’을 가르는 분위기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한국식 나이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1위(40%)는 ‘(한국식 나이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으로 조사된 바 있다.
“나이로 서열 정리…집단주의적 특성”
전문가는 만 나이 도입으로 사회에 생기는 혼란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 나이 도입은 다양한 나이 셈법으로 발생했던 불합리를 줄이고 공정하게 표준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 교수는 “한국은 집단주의 특성이 강한 국가이고, 집단주의의 핵심은 위계”라며 “본인이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위계를 가르려는 견고한 전통은 만 나이가 도입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수위는 만 나이 사용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 정서를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