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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이로 서열 정리…사라지겠나" 우려에 전문가 진단은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유튜브에 올린 '만 나이로 통일' 쇼츠 공약. 유튜브 캡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유튜브에 올린 '만 나이로 통일' 쇼츠 공약. 유튜브 캡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나이 계산법의 ‘만 나이’ 기준 통일 추진이 공식화되면서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이 계산이 통일돼 좋다”는 환영의 목소리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11일 내년 초 만 나이 시행을 위해 표기 규정을 마련하고, 연 나이 계산법을 채택하는 개별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출생 즉시 1세로 시작해 매년 1월1일에 한 살을 추가하는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출생일을 기준으로 0세부터 시작해 매년 한 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혼란 해소 기대” “어려지는 것도 좋아”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왼쪽)와 박순애 인수위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왼쪽)와 박순애 인수위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 나이 통일로 “생활 속의 크고 작은 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친 정모(44)씨는 “초등학생 아이 약을 사거나 백신을 접종시킬 때 만 나이와 연 나이 중에 뭘 써야 하는지 고민이었는데 혼란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만 나이 적용으로 1~2살 어려지게 되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생 오성욱(26)씨는 “저는 한국식 나이로 27살인데 만 나이로 하면 25살”이라며 “아무래도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나이가 어려지면) 시간이 많아지니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공문서나 민법상에서는 이미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강모(26)씨는 “(연 나이를 사용하는) 술·담배 구매도 통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상징적인 선언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연 나이’를 활용해 입대 시기를 정하는 병역법, 술·담배 구매 가능 나이를 정하는 청소년보호법 등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몇 살이야?”…한국식 나이 유지될 것

만 나이 도입으로 ‘한국식 나이로 서열을 정리하는 문화’에 변화가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부 기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열 정리에 한국식 나이는 계속 활용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임모(25)씨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한국식 나이로 몇 살인지 물어보는데, 빠른 년생 등 미묘한 시간 차이까지 따지는 문화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정부가 면적 세는 단위로 제곱미터(㎡)를 도입했다고 평을 세는 관습이 사라지지 않았듯, 한국식 나이로 ‘형·동생’을 가르는 분위기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한국식 나이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 1위(40%)는 ‘(한국식 나이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 중외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 중외공원에서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즐기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나이로 서열 정리…집단주의적 특성”

전문가는 만 나이 도입으로 사회에 생기는 혼란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 나이 도입은 다양한 나이 셈법으로 발생했던 불합리를 줄이고 공정하게 표준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 교수는 “한국은 집단주의 특성이 강한 국가이고, 집단주의의 핵심은 위계”라며 “본인이 사회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고, 위계를 가르려는 견고한 전통은 만 나이가 도입돼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수위는 만 나이 사용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국민 정서를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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