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재수사 요청건 22.7%가 1년 넘게 무소식…"수사권 조정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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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지난해 상반기 검찰에서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재수사 사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사건은 절반 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직접 수사 제약 후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통계로 확인된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있다.

대검찰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행 수사절차 관련 통계' 자료를 배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실현될 경우 사건 처리 지연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보인다.

대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국 검찰청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7만2223건 가운데, 보완수사가 이행되지 않은 사건은 9429건(2021년말 기준)으로 13%에 이른다.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소요기간은 1~3개월이 30.3%(2만18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Δ1개월 이하 26.2%(1만8928) Δ3~6개월 19.1%(1만3796건) Δ미이행 13%(9429건) Δ6개월 초과 11.4%(8214건) 순이었다.

보완수사를 요구한 10건 중 1건 이상이 장기 미이행 상태로 남은 가운데, 지난해 1~3월 요구 사건 중 1년이 경과하도록 보완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은 8.9%(3843건)를 차지했다. 특히 수도권 A지청의 경우엔 1분기 보완수사 요구 사건 387건 중 30.2%에 달하는 117건이 1년이 경과한 현 시점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 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중 일정한 규모 이상의 범죄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영역의 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추가 혐의 입증이 필요하면 경찰에 시한(통상 3개월)을 정해 경찰에 보완을 '지휘'하거나 직접 보완했던 과거와 달리, 지난해부터 검찰은 원칙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검찰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 처리기간도 보완수사 요청과 엇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3개월 내 재수사가 이행된 사건은 절반가량이고, 10건 중 3건(35.1%) 이상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전국 검찰청에서 지난해 상반기 경찰에 재수사 요청한 사건 처리기간은 Δ1개월 이하 24.4%(1609건) Δ1~3개월 25.6%(1687건) Δ3~6개월 14.9%(980건) Δ6개월 초과 12.4%(814건) Δ미이행 22.7%(1493건)을 기록 중이다.

재수사요청은 사법경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불송치결정을 했으나, 고소인의 이의제기 등을 이유로 검사가 재수사하도록 요청하는 제도다. 경찰 수사의 미흡한 부분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제도로서 부실수사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경찰이 재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직접수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검찰은 공소 제기·유지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검찰의 수사권 제약 이후 무고범죄 인지 비율도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고인지는 관련인지(수사개시)의 방법에 의하는데, 개정법상 검사의 관련인지는 송치사건에 국한된다. 허위 고소·고발 사건 중 상당수는 혐의가 없어 불송치되므로 무고인지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검찰의 2020년 무고인지는 670건(698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194건으로 71% 급감했다. 반면 경찰의 무고인지 건수는 2020년 78건에서 검경수사권이 조정된 이후인 2021년 126건을 기록했다. 검찰의 무고인지가 476건 감소했지만 경찰의 무고인지는 48건 증가해 검찰 감소분의 10%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검찰은 "허위고소를 처벌하는 무고인지는 종래 대표적인 검사의 수사 영역"이라며 "종전에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를 경찰 수사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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