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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한국국회 화상 연설…"우크라 대표해 감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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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화상연설에서 "러시아가 저절로 멈출 거라는 기대는 없다"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재차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이겨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사회를 근원으로 러시아가 평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그는 "한국도 19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겨냈다"며 "그때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라고도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TV화면에 카키색 반발티 차림으로 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대표해 47일 동안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모든 국민들을 대표해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한민국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있다. 김상선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있다. 김상선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수많은 경제제재가 도입됐지만 아직 그 제재의 영향이 부족해서 멈출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앞으로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은행 체제와 협력이 완전히 멈춰야 하고, 다른 국가들의 기업은 러시아에 완전히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 세계와 타협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러시아는 전 세계를 상대로 화학무기, 핵무기를 내세우며 협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 전쟁을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준비해 온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 수출을 통해 받은 수천억 달러의 돈이 무기생산과 축적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자국민 사람들도 이 전쟁을 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러시아 국민들은 빈곤에 시달리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식, 옷, 휴가, 교육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 굉장히 놀란다. 일반적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먹는 것, 집 안에 있는 가구 등이 얼마나 좋은 것들인지 보고 놀라는 것"이라며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물건을 훔쳐가며 이를 우편을 통해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들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는 사람들은 민족운동가와 우크라이나 역사,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며 "이들 찾아내서 학살하는 게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는 군사시설이 아닌 대학, 기차역, 공항 등 민간인의 생활기반이 되는 시설들을 공격해왔다"며 "지금까지 우리 측 집계로는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이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다. 이런 교육기관과 병원 등 민간인 시설 파괴는 러시아의 고의적이고 계획된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만 점령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다른 국가들도 분명히 공격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말고 다른 국가들에도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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