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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방사능 5000배 붉은숲서 무더기 피폭…체르노빌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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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에 방사능 위험 표시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에 방사능 위험 표시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고 병력을 철수시켰다. 주둔 병사의 상당수가 피폭 증상에 시달리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러시아군이 서둘러 퇴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 운영권을 이양한 뒤 철군했다”며 “인근 슬라우티크 마을에서도 철수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체르노빌 원전 통제권을 넘겨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IAEA는 우크라이나 당국과 긴밀한 협조 하에 체르노빌 원전의 긴급 구호와 지원을 맡을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6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지 한달여 만에 이곳을 떠났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 있는 통제 구역인 ‘붉은숲’에서 참호를 파는 등 무리한 군사작전을 강행하다 피폭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붉은숲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방사선에 피폭된 소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변색해 고사한 지역이다. 이곳 지표의 시간당 방사선량은 세계 평균의 5000배가 넘는다.

지난 2월 25일 체르노빌 원전 근처에 있는 군용 차량을 찍은 위성 사진. 러시아군은 다음날 이곳을 점령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체르노빌 원전 근처에 있는 군용 차량을 찍은 위성 사진. 러시아군은 다음날 이곳을 점령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유니안통신은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별다른 방호장비 없이 참호를 파고 요새를 건설 중이었다고 전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 병사들이 방사능 피폭에 대한 우려로, 거의 폭동을 일으킬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붉은숲에서 방사능 먼지를 일으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로 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니안통신은 이날 방사선에 피폭된 러시아 병사를 태운 버스 7대가 벨라루스 병원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체르노빌 주둔 병력이 벨라루스 국경을 향해 2열 종대로 행진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철수는 우크라이나 중부와 북부 대신 남부와 동부를 공략하려는 러시아의 군사 전술일 뿐”이라며 “곧 러시아의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 축소 대신, 병력 재배치와 보충에 들어갔다”면서 “돈바스 지역 등에서 큰 규모의 추가 공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연합뉴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연합뉴스

한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주, 수개월간 전쟁을 이어갈 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휴전이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한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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