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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인수위 만난 여성단체 "성평등 독립부처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여성단체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담회에서 “오히려 성평등 정책을 담당할 수 있는 독립 부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여성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가운데)이 참척 여성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2022.03.30 인수위사진기자단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여성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가운데)이 참척 여성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2022.03.30 인수위사진기자단

30일 오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안상훈 인수위원, 신용현 인수위 수석대변인 등과 함께 한국여성단체연합ㆍ여성유권자연맹ㆍYWCA 등 여성단체 3곳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여성단체들이 의견 개진 기회를 요구해 이뤄졌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여가부가 2001년 생긴 이래 많은 역할을 해왔다. 시대도 변하고 역할도 변하는 게 정부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원영희 YWCA 회장은 “올해는 여성운동이 100년 되는 해인데, 여성운동을 이끌고 협업해야 할 여가부 폐지 공약을 당선인께서 내놓으셨다”며 “과연 그 공약이 어디까지 구체성을 갖고 있는지, 성평등 운동의 제재를 예고하는 건지 답답해서 왔다”고 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성평등 정책을 담당할 독립 부처를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요구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부처를 흩어놓으면 컨트롤타워가 없는 이상 정책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참석자들은 윤 당선인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인식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데 그 인식에서 어떻게 부처를 ‘발전적으로 개편’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말했고, 당선 이후에도 “여성과 남성이라는 집합적 구분과 그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로는 범죄 내지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 같은 윤 당선인의 인식에 기초해 여가부를 “발전적으로 개편하겠다”(25일 임이자 간사)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지가 없는데 무슨 부처를 설계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말을 당선인이 직접 어떤 의미인지 다시 풀어서 이야기하고 임금차별 등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발전적 부처개편’ 방안이란 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어떤 안이 나오느냐에 따라 여성단체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인수위 측은 구체적인 여가부 개편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주로 경청하는 분위기였고, 인수위 관계자들이 우리의 의견에 대해 ‘그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향후 사회복지문화분과가 정부조직개편TF에 의견을 낼 때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여가부 개편에 대해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며 “당선인에게 오늘 나온 의견도 당연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내부에선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만큼 여가부가 폐지되는 건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기존 기능과 역할을 통합ㆍ흡수할 부처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인수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임 간사가 '여가부는 여성 외에도 학교 밖 청소년 등 우리 사회 사각지대를 보듬는 역할을 해온 만큼 유사기능을 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과 여성의 권익과 지위를 제고할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인수위는 “안 위원장은 오전에 한국여성단체협회 허명 회장, 이민정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가족 구성원의 복지까지 관할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건의사항을 청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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