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가지 입맛 평정 비법은 감동 한 스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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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비즈넷타임즈' 금강레트로트종합식품 전옥철 사장 인터뷰

인터넷상에서 전옥철 사장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요리짱’이라는 그의 브랜드는 옥션, 온켓, 인터파크 등 대형 쇼핑몰과 경매 사이트에서 최고 인기 검색어로 꼽힌다. 전사장이 운영하는 판매자 커뮤니티에는 항상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금은 온라인 거상(巨商) 대접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반조리식품을 판매하는 무명의 도매상이었다.

10여년 전 전사장은 당시 한참 인기를 모으던 지역생활정보지를 창간했다.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몇차례 신문을 발행했지만 반응은 신통찮았다. 고민에 빠져있던 전사장 눈에 띈 것은 ‘육개장 파실분’이라는 광고였다.

“지난 신문을 찾아봤는데 그런 광고가 꽤 되더군요. 곰탕 파실분, 청국장 사실분….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 봤죠.” 전사장이 전화를 걸고 찾아간 곳은 서울 변두리의 한 식당이었다. 자신을 사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직접 육개장을 대접하며 음식맛을 보게 했다. 식당 사장의 말에 의하면 한 식당에서 음식맛이 소문나면 다른 식당에 납품하는 일이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식당 음식은 다 주방장이 직접 하는 줄 알지, 배달한 음식일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아무튼 저와 반조리식품의 첫만남은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전사장은 호기심에서 이것저것 시장에 대해 물어보다가 본인이 직접 납품업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육개장 1인분을 납품하면 약 200원, 보통 잘되는 식당 한군데에서 100그릇 이상 팔려나가니 거래처만 확보하면 괜찮은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에는 납품업이 활발하지 않아 전사장의 이름은 빨리 퍼져나갔다. 때마침 포장기술이 개발, 대중화 돼서 유통과정 중에 음식맛이 변질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때부터는 갈비탕, 삼계탕 등 같은 음식이라도 종류마다 최대한 많은 맛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 시내의 식당에 반조리식품을 납품하는 업체들 중 상당수가 전사장 밑의 라인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전사장이 취급하는 음식은 150여가지. 음식을 납품받는 업체들만 40군데에 달한다. 그가 납품받는 냉면 한가지만 예를 들어봐도 종류는 30가지가 넘을 정도다.

그러나 식당 특성에 맞춰야 하고 단가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30가지 ‘메뉴’로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갈비집에 납품하는 냉면은 맛이 우선입니다. 갈비를 먹은 사람들은 냉면을 맛으로만 찾기 때문에 양보다는 질이 최우선 판단조건이죠. 반대로 분식집에 납품하는 냉면은 맛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양이 우선입니다.”

매월 4억 고정 매출… 온라인서 1억 넘봐

음식납품을 통해 매월 4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전사장이 인터넷으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 말. 납품하는 음식 종류가 늘어나고 포장이 다양화 되면서 소매로도 판매할 경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취급 하는 음식들의 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반조리식품 납품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제품은 대량생산인데다 유통상 보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변질 가능성에 더 높은 관심을 쏟습니다. 당연히 맛은 떨어지게 돼 있죠. 하지만 저희 유통구조로는 생산 후 35시간 이내에 배달이 가능합니다. 맛에 신경 쓸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이죠.”

전사장은 5~6인분씩 묶여져 있는 포장을 1인분으로 변형시키고 다양한 구색을 갖춰 인터넷쇼핑몰들을 돌면서 판매를 의뢰했다. 하지만 처음에 인터넷몰 식품 담당 MD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반조리식품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아예 없는데다 시장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김치나 몇가지 반찬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에서 식품을 판다는 것은 무모한 짓으로 여기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었다. 먹는 음식에는 저마다 기호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전사장은 MD들을 붙잡고 “일반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는 제품과 똑같다”면서 설득에 열을 올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전사장은 본인이 직접 시장을 개척하기로 하고 경매 사이트를 찾았다. 약 3개월 동안 옥션 파워셀러들의 커뮤니티를 열심히 연구하며 인터넷 판매원칙을 세운 전사장은 올 1월 ‘요리짱’이라는 브랜드를 걸고 반조리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름없는 중소납품 업체들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예 제 이름을 걸고 브랜드화시키면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죠.”

외주를 통해 요리짱 브랜드까지 제작했고 그 전략은 주효했다. 일반 옥션 판매자들이 제품사진과 간단한 설명만을 올려놓는데 비해 전사장은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단점까지 올려놓았다. 다양한 구성을 통해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육개장을 5~6인분씩 묶어서 팔면 이익이 많이 남지만 고객들은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다 버려야 하죠. 그래서 육개장, 갈비탕, 청국장 등 갖가지 음식을 묶어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고객들의 주문이 다 제각각이라 포장상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사장은 2가지 종류인 아이스박스를 주문제작을 통해 7가지 형태로 늘리고 이유있는 반품을 100% 수용하는 등 서비스에 힘썼다. 판매 첫달인 1월달에 올린 수익은 2,000만원 남짓.

전사장은 단번에 파워셀러의 반열에 올라섰고 이번에는 옥션측에서 반조리식품을 카테고리화 시키겠다고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반조리식품이 정식 카테고리화된 이후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올 7월에는 7,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그동안 전사장을 외면했던 인터넷쇼핑몰들은 앞다퉈 입점을 희망해왔다. 인터파크, LG이숍, 코리아텐더 등 8개 쇼핑몰과 5개의 경매 사이트에서 요리짱 브랜드가 선보이고 있다. 올해 내로 온라인 매출이 월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식당 도매업과 단체급식도 온라인화 목표

“여러번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오프라인 시장보다 단 두번의 유통과정만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믿었다는 것이 성공비결인 것 같아요.”
전사장은 전문가인 MD들의 말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전사장이 온라인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서비스. 소매상 경험이 없는 전사장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했다. “일단 제품에 대해 자세히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고객들이 직접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설명했습니다. 일단 한번 사서 실망한 사람은 절대 다시 찾지 않습니다. 사전에 그 부분을 미리 막아야죠.”

전사장은 고개들의 불만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전화통화로 불만사항을 꼼꼼히 체크한 후에 반품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일단 반품된 상품은 판매할 수가 없고 가끔 억지를 부리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최대한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끊임없는 이벤트도 고객확장에 도움이 됐다. 주문자와 배송지의 주소가 다른 경우에는 더 적극적으로 덤을 주기도 했다. 선물용 제품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음식을 마음에 들어하면 결국 고객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주도의 한 할머니는 며느리가 보내준 음식이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쇼핑몰을 통하지 않고 매번 전화주문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전사장은 내년 중에 온라인 매출이 월 4억원 수준인 오프라인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리짱 브랜드가 성공하면서 다른 도매업자들도 속속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향후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사장은 설명했다.

“식당 도매업과 단체 급식 부분에도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서울 시내에만 식자재 시장이 연간 11조원에 달한다니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전사장은 진정한 온라인 거상이 되기 위해서 남은 여생을 다 쏟아부을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BiznetTimes=박건형 기자

요리짱의 고객관리 노하우

1. 소비자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라

음식의 경우 특히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정해야 한다. 현재 요리짱의 옥션 커뮤니티에는 하루평균 2,0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방문해서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전대표는 매일 10여 차례 커뮤니티에 들어가 일일이 답변을 달면서 제품구성에 대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 반품은 소비자의 특권이다

소비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무조건 반품해 준다. 하지만 이유를 알아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설사 사유가 정당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점을 찾아라.

3. 입소문을 위해 선물용 제품에 더 신경을 써라

선물하는 제품은 잠재고객이 개발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보다 관심을 가져라. 특히 주문자의 주소와 배송지의 주소가 다른 경우 대부분 선물용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전대표는 손해를 보더라도 적극적으로 덤을 주면서 고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4. 사후 서비스는 기본이다

배송되는 제품에 기대했던 것 이상이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고마운 마음이 들게 돼 있다. 이런 심리는 다음 번 구매에 영향을 미쳐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전대표는 반조리식품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조리법으로 작성해 같이 배송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5.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라

전대표는 지난 추석에 ‘명절증후군 어떻게 극복하나’라는 주제로 현금 100만원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구매건수는 두배 이상 증가했고 이벤트 상품을 제외하고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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