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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예산편성, 톤이 달라졌다…'적극 재정'→'필요 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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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활력‧혁신‧포용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재정운용”(2022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민생 안정 공고화 등을 위해 필요한 재정 역할 수행”(2023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한 지침의 톤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이 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들어가는 지출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정부의 정책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도 10조원 넘게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9일 이런 내용의 2023년도 예산안 편성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전 부처에 지침을 전달하고, 각 부처는 5월 31일까지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때 이 지침을 토대로 해야 한다. 차기 정부의 첫 예산지침인 셈이다.

“모든 재량지출 10% 절감”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차기 정부의 첫 예산 편성방향은 지출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적극적 재정운용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방향이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지침을 통해 “전면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직성 경비 등을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의 10% 수준 절감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집행 부진 사업은 지출 규모를 최대 50%까지 줄이기로 했다. 예산은 기초연금 등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의무지출과 나머지 재량지출로 구분된다.

의무지출은 사실상 줄이기 어렵지만, 기재부는 근본적 제도개선을 통해 의무지출까지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보조‧출연사업, 집행이 부진한 사업 예산이 감축 대상에 오른다. 고용유지지원금,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늘어난 한시적 지출도 2019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재정혁신을 내년도 예산 편성방향으로 내세운 만큼 이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 등 문재인 정부의 꼬리표가 붙은 예산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산지침서 사라진 ‘뉴딜’

5월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하는 만큼 이번 예산 편성지침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협의해 마련됐다. 지출 구조조정을 놓고 인수위와 교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이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를 여러 차례 이야기한 만큼 문 정부에서 늘어난 지출이 줄어드는 건 예상된 수순이기도 했다. 재정준칙 도입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앞서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로 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예산 편성지침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났다. 적극적 재정운용이란 말은 필요한 재정 역할 수행으로 바뀌었다. ‘뉴딜’이라는 말은 사라졌다. 실제 적극적 재정운용을 지침으로 한 작년과 올해 사이 본예산 기준 지출 증가율은 8.9%에 달했다. 올해 본예산 규모는 607조7000억원으로,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겼다.

이렇게 아낀 재원은 초저출산 대응 등에 집중 배분한다. 임신출산·육아 전 주기 맞춤형 지원과 보육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물가·주거 안정 지원도 강화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4월 말~5월 초 국정과제가 구체화하면 보완한 예산 편성 지침을 각 부처에 추가 전달하기로 했다.

“많이 못 줄여…10%씩 해도 10조원대”

다만 재량지출을 10%씩 줄인다고 해도 감축 가능한 예산은 10조원대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 편성지침을 공개하는 브리핑에서 “600조원이 넘는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반 정도 된다”며 “300조원 정도가 재량지출인데 거기엔 인건비나 경직성 경비, 중점 투자 사업 등이 있어 다 구조조정이 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의무지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무지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엔 한계가 있다고 기재부가 에둘러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인수위는 50조원대 추경 재원 마련을 놓고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기재부가 (지출 구조조정에) 성의 있게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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