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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 봉쇄, 글로벌 반도체 대란 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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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8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하이(上海)에 부분 봉쇄 조치가 내려진 뒤 한 작업자가 보호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8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하이(上海)에 부분 봉쇄 조치가 내려진 뒤 한 작업자가 보호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上海)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단계적 봉쇄에 들어가면서다. 지난 14~20일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深圳)에 이어 상하이 봉쇄까지 이어지며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5.5% 안팎) 달성에도 먹구름이 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8일 상하이시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단계적 봉쇄조치를 적용했다. 황푸(黃浦)강을 기준으로 8일간 도시를 동서로 절반씩 나눠 차례로 봉쇄한다.

봉쇄 구역 내에서 의료 등 핵심 공공서비스와 택배, 식료품 공급 등 필수 업종 종사자를 제외한 전 주민은 집에 머무른 채 단지별로 이뤄지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외출도 할 수 없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된다. 상하이시 당국은 약 2500만 명의 시민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경제 수도’인 상하이 봉쇄란 강력한 처방을 꺼내든 것은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급격히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상하이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지난 23일(983명)까지 1000명 이하를 유지했지만, 이튿날인 24일(1592명)을 시작으로 25일(2269명)과 26일(2678명)까지 2000명대를 빠르게 넘어섰다.

지난 27일 밤 상하이시 당국이 부분 봉쇄령을 발표하자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내의 한 수퍼마켓 앞에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7일 밤 상하이시 당국이 부분 봉쇄령을 발표하자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내의 한 수퍼마켓 앞에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상하이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춰서게 되며, 중국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무역 중심지다. 상하이 푸둥 지역에는 증권거래소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각 금융회사가 몰려 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수출입 항구가 있는 데다, 창장삼각주의 주요 도시인 상하이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업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이날부터 봉쇄 지역에 포함됐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3위(시가총액 기준) 규모의 대형 거래소다. 상하이 거래소는 이날 정상 개장했지만, 봉쇄 조치에 따라 기업공개(IPO) 승인 회의와 사업신고 등의 주요 소통 업무를 온라인이나 전화 소통 등의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체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와 화훙 반도체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 본사나 제조 공장이 상하이에 있는 데다 상하이와 가까운 저장성 지역에도 각종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서다. SMIC와 화훙 반도체 측은 이날 “제조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이 공장에만 머물고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건 당국이 공장 가동을 허용하면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봉쇄령에 따라 상하이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최소 하루 동안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며 “가동 중단을 연장할지는 직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에는 수백 개의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와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 등의 공장도 있다”며 이번 봉쇄 조치에 따른 경제 손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갈 길 바쁜 중국 경제는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상하이는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차지했다. 생산과 물류를 떠받치는 ‘경제 수도’가 봉쇄령으로 멈춰서면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더 고꾸라질 전망이다.

류 페이첸 영국 넷웨스트 그룹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봉쇄령이 8일간 이어지는 영향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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