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러 반대에 북 ICBM 규탄 못한 안보리...추가 제재도 쉽지 않아

중앙일보

입력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왼쪽부터)와 조현 유엔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일본대사 등 일부 대사들은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언론성명 채택이 불발된 뒤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 [AP=연합뉴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왼쪽부터)와 조현 유엔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일본대사 등 일부 대사들은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언론성명 채택이 불발된 뒤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해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또다시 빈손으로 회의를 마쳤다.

25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북한 및 비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렸다. 안보리에서 이 문제로 공개회의를 연 것은 지난 2017년 11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안보리가 취할 수 있는 공식 대응에는 실제 강제력을 가지는 결의채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식 기록으로 남는 의장 성명,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으며 언론에 안보리의 입장을 전하는 언론 성명 등 세 가지가 있다.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가 채택한 것이 대북 결의안이다. 화성-12호 등 미사일 발사 후엔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언론성명을 냈다.

이후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별다른 조처를 못했는데, 이날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의 언론 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이날 공개회의에서 미국·영국·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대부분 이사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유엔 결의안 위반으로 봤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한목소리로 규탄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17년 채택한 2397호 결의를 언급하며 기존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397호 결의는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라 연간 원유 400만 배럴과 정제유 50만 배럴로 설정된 대북 공급량 상한선을 더 줄이게 돼 있는 규정이다.

안보리는 조만간 다시 회의를 열어 트리거 조항을 비롯한 새로운 대북제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결론을 내기 힘들 거란 전망이다.

현재도 대북제재에 제대로 동참하고 있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리거 조항이 발동되기 위해서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날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이 약속을 지켰지만, 오히려 미국이 연합 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안나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양비론을 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가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 이목마저 우크라이나로 쏠리면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에 이어 지난 24일에도 북한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와 러시아인들을 잇달아 제재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에서 독자 제재의 효과는 미지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심지어 트리거 조항이 발동돼 대북 유류 공급량을 더 제한한다 해도 중국이 나서지 않는 한 실효성에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번 북한의 도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과 무관하다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번 북한의 도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과 무관하다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으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폴란드로 이동하는 기내 브리핑에서 이번 시험발사를 "지난 몇 달 동안 진행돼 온 북한의 시험과 도발 패턴의 일부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북한의 ICBM 발사가 일부러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당일에 진행됐다는 특별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도발과 관련한 북한의 의사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 순방 일정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북한의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였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서둘러 이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던 것에 대해 "불과 며칠 전 시험발사에서 심하게 실패했던 것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