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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폐지 찬성·기업사냥…김오수, 尹코드 맞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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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음"이란 김오수(59) 검찰총장의 지난 16일 사퇴 거부 선언의 진의에 법조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 대검찰청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을 법무부에 내고 서울중앙지검이 기업 수사를 위한 공정거래조사부를 확대 개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코드 맞추기'하는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데도 구체적인 사건의 구속·기소 여부까지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검의 이런 의견은 김오수 총장의 승인을 거쳐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오수 검찰총장.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 뉴스1

이는 박범계(59) 법무부장관이 그간 내보인 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의견이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수사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과 일치한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7개 사건에서 3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기 때문에 수사지휘권의 발동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집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를 함으로써 수사지휘권 행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적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선거 이후 김 총장이 윤 당선인에 이른바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검 사정을 잘 아는 한 검사는 "대검이 법무부에 반대되는 의견을 작성해 전달하고, 이것이 대외로 공공연하게 알려지기까지 하는 데엔 윗선의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지금 대검에선 수사지휘권이나 예산편성권 등 여러 지점에서 전과 달리 현 법무부에 완전히 돌아선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기업 수사를 전담하는 공정거래조사부에 검사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중앙지검은 지난 21일부터 김태훈 4차장검사 산하 공조부에 부부장검사 1명과,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고, 수사팀도 기존 2개(공정거래수사팀·부당지원수사팀)에서 3개(공정거래수사1·2팀·부당지원수사팀)로 확대 개편했다. 부장 포함 검사만 총 15명으로 중앙지검 최대 규모가 된 공조부는 삼성그룹 4개사(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가 이재용 부회장 일가 회사인 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일감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을 보장했다는 의혹의 '웰스토리 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법조계에선 중앙지검의 공조부 확대 개편 역시 윤 당선인을 염두에 둔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미스터피자를 '1호 수사' 대상으로 골랐을 만큼 기업의 불공정 수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수부 평검사 때부터 현대차 비리·삼성 비자금 등 경제사건 수사를 많이 맡았던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등 시장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조부 확대 개편까지 윤 당선인에 코드를 맞춘 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공조부가 겪어왔던 인력난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서다. 특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조부에 사건이 많이 몰려기도 하지만, 특히나 공정위 통보 사건의 경우는 검찰로 넘어왔을 때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는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며 "과거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20명 넘는 검사가 투입됐던 것과 달리 지금 공조부엔 검사 숫자가 적어서 삼성 웰스토리 사건을 겨우 검사 2명이 끌고 가는 등 실무 차원에서의 인력 부족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몰려드는 기업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직 개편 측면이 강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수사를 잘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에 맞추는 것이기도 하다"며 "윤 당선인이 워낙 삼성 사건을 많이 수사해본 인물이다 보니까 (수사를 안 하고 있다간) 나중에 윤 당선인에게 '왜 이제서야 수사에 나서냐'는 질책을 받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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