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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스승에 빌드업 배워" 거미손 김승규 "11년 만에 이란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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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몸을 날려 공을 막는 축구대표팀 거미손 김승규. [사진 대한축구협회]

몸을 날려 공을 막는 축구대표팀 거미손 김승규. [사진 대한축구협회]

“최종예선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이란 원정’이었다. 그래서 이란과 리턴매치가 제일 기다려졌다.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고, 조 1위로 올라가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다. 오랜 만에 많은 관중(6만) 앞에서 경기 하는 만큼, 경기력과 결과 다 가져와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32·가시와 레이솔)는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9차전을 앞두고 각오가 남다르다.

김승규는 작년 10월13일 이란과 원정 4차전 전반에 ‘3연속 수퍼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후반에 동점골을 내줬고 팀은 1-1로 비겼다. 이미 본선행을 확정한 A조 2위 한국(6승2무·승점20)은 이란(7승1무·승점22)을 꺾으면 조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또 2011년 1-0 승리 후 11년간 이어진 ‘이란전 무승(3무4패)’도 끊을 수 있다. 한국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최종예선 3골), 메흐디 타레미(포르투, 4골)가 코로나19에 확진돼 결장하지만,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 2골)을 막아야 한다.

작년 10월 이란 원정경기에서 철벽방어를 펼치는 김승규. [사진 대한축구협회]

작년 10월 이란 원정경기에서 철벽방어를 펼치는 김승규. [사진 대한축구협회]

‘거미손’ 김승규는 이번에도 이란전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김승규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과 최종예선 15경기 중 13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 중 9경기에서 클린 시트(무실점)를 기록했다. 최종예선 8경기(6승2무) 모두 풀타임을 뛰며 단 2골(경기당 평균 0.25실점)만 내줬다. 팔이 길고 순발력이 좋은 김승규는 상대 오픈 찬스 때 어떤 슈팅이 오더라도 굴절되지 않는 한 거의 다 막았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을 맡은 뒤 김승규를 중용하고 있다. 벤투는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을 구사한다. 김승규는 킥 정확도, 패스, 볼 컨트롤이 좋다. 많은 한국 감독들은 골키퍼가 안전하게 걷어내는 걸 선호하는데, 김승규는 일본에서 외국인 감독과 함께하며 ‘빌드업’이 더 좋아졌다.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 [사진 아디다스]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 [사진 아디다스]

김승규는 소집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18년에 6개월 정도 일본 빗셀 고베에서 후안 마누엘 리요(57·스페인) 감독님에게 ‘빌드업 축구’를 배웠다. 처음에는 포지션을 서는 게 어려웠는데, 지나고 보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찾아가 배울 만큼 리요 감독은 ‘포지션 축구’의 창시자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리요 맨체스터시티 코치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멘토다.

김승규는 빗셀 고베에서 ‘AC밀란 골키퍼 디다(브라질) 스승’ 알렉스 골키퍼 코치 지도도 받았다. 또 빗셀 고베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이상 스페인), 루카스 포돌스키(독일) 등과 함께 뛴 적도 있다. 김승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운동한 것 자체 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니에스타는 경기장 전체를 다 보고 있는 것 같았고, 포돌스키는 슈팅이 좋았다”고 했다.

김승규는 비 시즌에 서울의 트레이닝센터 ‘고알레’를 찾아가 훈련했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전북)의 슈팅을 막았다. 또 풋살(5대5 미니게임) 필드 플레이어로 뛰며 패스 감각도 익혔다. 김승규 측근은 “얘처럼 풋살을 좋아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비 시즌이나 휴가 때 저녁에 멤버를 모아 항상 풋살을 한다”고 전했다. 대표팀 중앙수비 김영권(울산)이 “승규가 풋살을 하면 웬만한 필드 플레이어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다.

중하위권에 맴돌던 J리그 가시와는 올 시즌 김승규를 앞세워 4위(3승1무1패)로 선전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김승규를 ‘승짱’이라 부른다. 김승규의 또 다른 강점은 페널티킥 방어. K리그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승부차기에서 진 적이 거의 없다. 김승규는 “페널티킥을 세보지는 않았지만 반반은 막은 것 같다”고 했다.

김승규는 1998년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골키퍼 김병지가 공격에 가담해 헤딩골을 넣는 걸 직관한 뒤 골키퍼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김승규는 “어릴 때 친구들은 공격수를 하고 싶어했지만 난 무조건 골키퍼를 하겠다고 했다. 스키장갑을 끼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을 막았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조현우와 함께 훈련하는 김승규(오른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조현우와 함께 훈련하는 김승규(오른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스키장갑을 끼고 훈련했던 아이는 개인 통산 세 번째 월드컵을 앞뒀다. 앞서 2차례 월드컵에서는 백업 골키퍼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야 정성룡 대신 선발 출전했다. 7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선방쇼를 펼쳤지만 0-1 패배를 기록했다. 김승규는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어린 나이(당시 24세)에 정신 없이 뛰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주전이 유력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 당일 오전에 넘버1 골키퍼에서 밀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현우(울산)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뛰었다. 김승규는 충실히 훈련에 임하며 조력자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 김승규는 “선발명단은 감독님 결정이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원하는대로 안된다고 티를 내면 팀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 제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깨끗하게 인정하고 월드컵이 끝난 뒤 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카타르월드컵은 김승규가 삼세판 만에 주전으로 처음 뛸 수 있는 월드컵이 될 수 있다. 김승규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가 무조건 뛴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예선을 뛰었다고 본선을 무조건 뛰는 건 아니다. 다른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최종예선을 잘 마치자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김승규는…

출생: 1990년생(32세, 울산)
체격: 1m87㎝, 84㎏
소속팀: 울산(2006~2015, 2019) 빗셀 고베(2016~19) 가시와(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및 최종예선: 13경기 10실점

강점: 빌드업, 긴팔, 동물적인 순발력
취미: 풋살(필드플레이어로 뛰어)
별명: 거미손, 마이콜(만화 둘리 캐릭터)

▶김승규의 월드컵 최종예선 기록(8경기 2실점)

일시                상대팀    결과
2022년 2월1일     시리아    2-0승
        1월27일     레바논   1-0승

2021년 11월17일   이라크  3-0승
        11월11일   UAE     1-0승
        10월12일    이란    1-1 무
        10월7일      시리아   2-1 승
         9월7일    레바논    1-0승
         9월2일    이라크   0-0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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