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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젤렌스키 담판 성사되나…"협상 실패 땐 3차 세계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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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 사태의 돌파구로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카드'가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일 넘게 교전이 이어지며 양측의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네 차례 실무회담 등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정상회담이 유일한 타개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크림반도와 관련한 영토 문제는 최고위층의 담판이 필수적이다.

푸틴 대통령(왼쪽)과 젤렌스키 대통령.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왼쪽)과 젤렌스키 대통령.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푸틴과 협상 준비 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협상 없인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린 협상 가능성, 푸틴과의 대화 가능성을 갖기 위해 어떤 형식이든, 어떤 기회든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런 (협상) 시도들이 실패한다면, 이번 전쟁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평화협상 실패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길어지면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그는 화상 연설을 통해서도 "러시아와 만나 대화할 때가 됐다"며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양국의 평화협상을 중재 중인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주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구체적인 회담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양측 간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토 문제는 최고위층 결단 필요    

터키 대통령실의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6가지 쟁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국 대표단은 지난 14일부터 며칠에 걸쳐 4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칼린 대변인은 터키 언론 후리예트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군비 축소와 상호 안전 보장, 러시아 측이 말하는 '탈나치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를 널리 사용하는 데 장애물 제거 등에 대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4개 조항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완전히 합의했다거나 협정이 곧 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BBC는 이 4개 조항과 관련, "이 부류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푸틴 대통령의 체면치레용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면서 칼린 대변인은 가장 합의가 어렵고,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러시아의 요구 사항으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지위 인정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2개 공화국(루한스크·도네츠크) 독립 인정"을 꼽았다. 그는 "(실무회담에서) 4개 조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나머지 2개 조항(크림반도와 돈바스 관련 영토 문제)은 정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가 어려운 안건인 만큼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된 키이우의 쇼핑센터 앞에 한 남성이 21일 서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된 키이우의 쇼핑센터 앞에 한 남성이 21일 서 있다. AP=연합뉴스

"낙관 어려워" "복잡한 협상될 것"     

다만 푸틴과 젤렌스키의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20일 CNN은 서방 국가들에선 러시아의 협상 의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이 분쟁을 완화시킬 의향이 있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를 여전히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관리들이 현재 협상 상황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구체적인 양보를 수용하거나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으며 협상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는 "매우 복잡한 협상이 될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두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립국화는 나토 가입을 포기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유럽연합을 포기한다는 의미인가, 또는 다른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중립국이 되는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하는 입장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아직 의중 공개 안하는 푸틴   

푸틴 대통령은 아직까지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터키 대통령실의 칼린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수준에 아직 충분히 가깝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19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다만 20일 익스프레스지에 따르면 BBC의 특파원 리스 다우쳇은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협상해야 한다는 데 결국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고위 외교관들에게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 등을 갖고 25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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