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축구 북 기자들 “한국 편파보도” 성토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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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손님 모셔놓고 욕하면 되나”/김일성 모독ㆍ체제비판은 절대 용납못해/남측은 광고가 많은데 돈이 전부 아니다
서울에 체류중인 북한선수단의 임원들은 한국 일부 언론의 북한에 대한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일제히 「한목소리」로 성토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어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 임원 및 보도진들은 최근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남북간에 의도적인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이를 정부 당국의 교묘한 「언론조정」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어 우리와 현격한 의식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북한측은 22일 오전 「긴급토론」을 갖고 한국 언론들과 일제 접촉을 하지 않기로 하는등 급속 냉각기류를 띠었다가 이날 저녁부터 다소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북한 보도진들의 발언을 모아본다.
이들의 발언을 보면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북측 통일관과 언론관의 편린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리길성 로동신문기자=북경에서 양측이 남북 통일축구대회를 합의할 때 서로 비난하지 않기로 했는데 남측이 이를 먼저 어겼다. 남측은 화해 아닌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언론은 우리가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보라는 듯 우리 체제와 제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태도는 당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으로 생각한다. 또 22일 저녁 KBS에서 철원의 승일교가 북한과의 전투에서 이겨 붙인 이름이라는 드라마해설까지 나올 때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또 21일 저녁 김우중 축구협회장의 만찬에 초청받았을 때 우리측 선수단을 「북한」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도 불만스럽다. 우리는 평양에서 「남측」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영수 중앙통신기자=일부 한국언론의 북한에 대한 부당한 보도는 우리가 온걸 기화로 해서 고의로 비방을 위해 나온 것이다. 우리가 간 다음에 써도 되지 않는가.
남의 체제를 비방하고 김주석을 모독하는 것은 안된다. 손님 모셔놓고 욕하면 어떻게 하나.
▲정명건 금성출판사 보도부=보도는 남북한의 통일염원을 전제로 해야한다. 한국신문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보도가 당국의 영향을 받고있지 않은가 의심이 간다.
남측 기자들은 또 기자의 본분을 잃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한국신문의 제목을 봐라,신문제목은 얼굴인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최영화 기록영화기자=남측의 신문에는 외신을 많이 보도하는데 잘 이해가 안된다. 우리도 외신을 싣지만 크게 취급하지는 않는다. 남이 어떻게 되든 자신을 우선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인민들에게 모든 부분의 성과를 알리는게 기본이 돼야 한다.
주변 정보들을 너무 자세히 알 것은 없고 대략적으로 알면된다. 남한에는 사건이 너무 많다. 우리가 사건을 감춘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남측언론이 상품광고나 경제기사를 많이 싣는데 돈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다.<방원석ㆍ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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