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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우크라서 내 체면 살려달라" 중재자 터키에 꺼낸 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타이에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타이에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3주째가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격을 끝내는 조건으로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사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염두에 둔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안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측근 이브라힘 칼린 대변인을 통해 방송에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의 두 가지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하나는 푸틴 대통령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사안, 나머지 하나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요구라고 한다.

먼저 '체면'에 대한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안보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위협할 수 없도록 군축을 시행하고, 러시아어를 보존하는 조치를 하는 게 포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양대 명분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터키 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든 신나치주의적 움직임을 탄압하겠다'고 약속하는 정도로 러시아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요구'는 타협이 훨씬 어렵고 최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한 내용이다. 칼린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이 내용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돈바스, 남부 크림반도와 얽힌 영토 문제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2014년 강제로 병합했고 돈바스 지역에는 친러시아 분리독립주의자들의 독립국 수립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안건들을 논의하려면 우크라이나와 정상 회담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방송은 이런 점을 미루어볼 때 러시아가 이들 지역의 영유권 포기를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한점'(1인치)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은 종전 협상이 체결되더라도 이들 지역에 대한 세부사항이 정리되지 않으면 나중에 러시아의 재침공 구실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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