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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크립토 디보스' 아시나요…이혼 때 가상화폐 재산 숨기면?

중앙일보

입력

국내 한 법원 이혼 접수 창구 [연합뉴스]

국내 한 법원 이혼 접수 창구 [연합뉴스]

가상화폐가 국내 이혼법정에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상화폐 투자가 확산하면서다. 가상화폐를 가졌는지부터 재산 분할할 때 어떻게 나눌지까지 다양한 쟁점이 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야

16일 가상화폐 거래소, 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이혼 소송에서 코인 거래소에 가격에 대한 사실조회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재산분할 대상에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포함된 경우는 몇 년 전부터 많아졌다”고 말했다.
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는 화제의 중심이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국내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최근 ‘가상화폐로 돈 벌면 본인이 이혼·재산분할 소송을 내고, 돈 잃으면 유책(이혼의 원인 제공) 배우자가 돼 이혼 소송을 당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관련 소송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크립토 디보스’(가상화폐 이혼)라는 말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의 양육권, 부동산에 이어 가상화폐가 미국 이혼 과정에서 새로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가상화폐의 경우 추적이 어려워 재산을 숨겨 놓고 이혼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취지다.

국내 가상 자산 투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가상 자산 투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최근 2~3년 사이 가상화폐는 대중적인 투자 수단으로 진화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55조 2000억원, 일평균 거래금액은 11조 3000억원이다. 국내 가상자산 실제 투자자는 558만명으로 이 중 30~40대가 58%를 차지한다. 가상화폐 거래가 많은 만큼 이혼·재산분할 시 쟁점이 되는 경우도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가상자산 투자자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상자산 투자자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상화폐, 어떻게 나누나

국내 이혼소송에서 가상화폐는 주식 같은 가격이 변하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가상화폐를 직접 나누기보단 가치가 얼마인지를 정한 다음 이를 소유자 재산에 포함 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후 가진 재산을 모두 더한 다음 재산분할 비율대로 나누는 식이다. 예컨대 5억원 재산을 가진 사람이 1억원 어치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다면 분할대상 재산이 6억원이 된다는 의미. 이로 인해 해당 가상화폐 가치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법정에서도 다툰다.

① 암호화폐, 이미 팔았다면? :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서 선고된 이혼 사건에서 남편은 이더리움 5.XX 개를 가지고 있다가 이를 매각했다. 법원은 남편이 이용한 국내 4대 코인 거래소 중 한 곳에 사실조회를 했고 약 1000만원가량이 매각 금액이었다는 회신을 받아 이를 재산목록에 포함시켰다. 이 거래소 관계자는 “수사기관, 법원 등의 요청이 들어 올 경우에 한해 금액, 소유 여부 등을 확인해 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뉴스1]


② 가지고 있다면? : 같은 사건에서 남편은 리플 3600여개를 현물로 보유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지난해 말 이 사건 변론 종결일 당시 1개당 가액을 기준으로 리플의 가치를 370만원가량으로 계산했다. 이 사건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이 심해 언제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정하는 게 까다롭다”며 “같은 이유로 요즘엔 가상화폐 자체를 분할 받는 대신 현금으로 가치를 측정해 재산 분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③ 양측이 증거를 제출했다면? : 지난해 10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선고된 40대 부부 이혼 사건에선 아내가 보유한 비트코인(11.XX개)과 이더리움(44.XX개)이 재산분할 대상이 됐다. 양쪽이 모두 가격에 대한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두 증거자료 중 변론종결 시점과 가까운 날짜 가액을 기준으로 가상화폐의 가치를 약 6억원으로 평가했다.

만약 가상화폐, 숨겼다면?

이혼할 때 배우자가 보유한 가상화폐를 숨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지 않는 한 대체로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다. 통상 이혼 사건 재산분할 시 상대 배우자의 최근 3년 안팎 금융기관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어서다. 법원은 한쪽 이혼 당사자가 관계 파탄 이후 재산을 매각했는데 사용처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이에 상당하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법리를 실무에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엄경천 법무법인 가족 변호사는 “몇 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는 한 거래내역에 근거해 대부분 추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협의이혼접수실. [사진 대법원 영블로거위원회]

가정법원 협의이혼접수실. [사진 대법원 영블로거위원회]

앞으로는

업계 안팎에선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여러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법원 사실조회에도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법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업체에서도 관련 요구에 제각각 알아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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