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순둥이’ 고영표, 턱수염 달고 세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고영표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 올림픽 한일전 선발 중책을 맡으면서 국가대표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팀과 팬들의 기대가 더 커진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으로 이름값을 하겠다는 마음이다. [연합뉴스]

고영표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난해 올림픽 한일전 선발 중책을 맡으면서 국가대표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팀과 팬들의 기대가 더 커진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활약으로 이름값을 하겠다는 마음이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KT 위즈의 에이스 고영표(31)는 올해 초부터 수염을 길렀다. 스프링캠프 종료를 앞두고 만난 그에게 수염을 기른 이유를 묻자 “좀 더 강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고영표는 ‘순둥이’로 유명하다. 인상이 선해 보이고, 실제 성격도 그렇다. ‘사람’ 고영표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투수’ 고영표는 그 별명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는 “선한 이미지도 좋지만, 마운드에선 운동 선수로서 좀 더 위압감을 줄 필요도 있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수염을 길러봤다”고 털어놨다.

주변 반응은 세 갈래로 나뉜다. ‘괜찮다’와 ‘별로다’ 그리고 ‘잘 다듬어라’다. 고영표는 “이왕 기르기 시작했으니 가능하면 정규시즌까지 이대로 있으려고 한다”며 “일단 (수염보다 중요한) 스프링캠프는 잘 마쳤다. 몸 상태와 피칭했을 때의 느낌 모두 만족스럽다”며 웃어 보였다.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고영표는 ‘언더독(Underdog)’이었다.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막 팀에 복귀한 뒤였다. 실전 공백이 길었던 탓에 복귀 후 기량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막이 오르자 그는 군복무 전보다 더 강력한 공을 던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공을 던지지 못한 2년간 어깨와 허리의 만성 통증을 털어내고 누적된 피로도 풀어버린 덕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일’의 소중함도 그때 새삼 깨달았다.

‘순둥이’로 유명한 고영표는 “마운드에서는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다”며 웃었다. 배영은 기자

‘순둥이’로 유명한 고영표는 “마운드에서는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다”며 웃었다. 배영은 기자

심신을 업그레이드한 고영표는 지난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투수 중 3위였고, 이닝당 출루허용(1.04)은 전 구단 1위였다.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도 21차례 해내 외국인 투수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와 공동 1위에 올랐다. KT는 돌아온 고영표를 앞세워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고영표는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도약했다. 도쿄올림픽 한일전 선발 투수. 이 한 단어로 지난해 국가대표팀에서 그가 차지한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생각지도 못한 한일전 선발까지 맡게 돼 많은 걸 배웠다”며 “그 압박감을 겪은 덕에 한국시리즈에선 오히려 덜 긴장했다. 늘 모든 경기에 똑같은 마음으로 나서지만, (올림픽과 한국시리즈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2022년은 우승 이후 준비하는 첫 시즌이다. 고영표는 의외로 “나 개인의 행복 지수는 1년 전 캠프가 더 높았다”며 “그땐 팀에 돌아와 야구를 다시 하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다. 지금은 주위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다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여준 게 많은 투수’의 숙명이다.

고영표는 올해 도전할 일이 많다. KT의 2연패가 첫 번째,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두 번째다. 그는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완주하면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작년엔 (선발로) 25경기에 나가 160이닝 넘게 던졌다. 올해는 그보다 3~4번 더 선발 등판해 180이닝 정도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부담감과 숙제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끝까지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할 생각이다. 고영표는 “의욕이 높은 건 좋지만, ‘작년보다 잘해야 돼’ 혹은 ‘작년만큼은 해야 돼’라며 집착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목표는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동기 부여로만 삼겠다. 늘 ‘초심’으로 던지면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퀄리티스타트(QS) 머신, 체인지업 마스터. 올해는 이 별명 리스트에 ‘턱수염 에이스’라는 별명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든, 고영표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또 한 번의 시즌을 치를 생각이다. 2연패를 노리는 KT의 주 무기는 에이스 고영표다.

고영표

생년월일 1991년 9월 16일
소속팀·등번호 KT 위즈·1번
포지션 투수(우언우타)
키·체중 1m87㎝, 88㎏
출신교 광주 대성초-동성중-화순고-동국대
프로 입단 2014년 KT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2021년 성적 26경기(선발 25경기), 166과 3분의 2이닝,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 130탈삼진
2022년 연봉 3억원
주요 경력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최고투수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