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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불 켜고 주무시나요? 당뇨·심장병·비만 옵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강하지 않은 조명이라도 불을 켜고 잠을 잘 경우 혈액 내 포도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심장질환·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침실에 불을 켜고 잠을 자는 경우 비만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연결 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하버드 의대 등의 연구팀은 14일(현지 시각)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나치게 밝지 않더라도 조명이 있는 가운데 잠을 자면 뇌가 이를 감지해 포도당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명이 있는 경우 수면 동안 심장 박동수가 더 높았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혈액 내 포도당이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 요소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18~40세 성인 20명을 모집해 실험을 진행했다. 10명은 3룩스(lux) 미만의 희미한 조명이 있는 곳에서 이틀 연속 잠을 자도록 했고, 10명은 하루는 3룩스 미만에서, 하루는 100룩스에 밝은 곳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공부방의 조명 밝기는 500룩스 정도가, 잠들기 전 침실 조명 밝기는 300~500룩스가 적당하다. 100룩스에서도 사물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에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한 결과, 희미한 조명 조건에서 지낸 그룹에서 최대 4%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은 공복 혈당과 기상 20분 후에 채취한 인슐린 샘플로부터 계산했다. 인슐린 수치는 조명에 노출된 그룹에서 더 높았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 상태에서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보상 인슐린 반응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는 당뇨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수면 중 야간 조명에 자주 노출되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뇌가 빛을 감지하게 되면, 잠을 자더라도 뇌 상태가 얕은 수면이나 토막 수면을 한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 밤에는 심장 활동도 낮보다는 줄어들어야 하는데, 조명이 있으면 자고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심장 박동수가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자면 심장박동이 증가한다는 것은 빛 노출이 교감신경 흥분 반응을 유발해 심장 활동을 자극한다는 의미”라며 “수면 중 실내 야간 조명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장기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수면 시간 동안 빛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잠을 잘 때는 조명을 켜지 않아야 하고, 조명을 꼭 켜야 한다면 바닥에 가깝게 희미하게 켜야 한다”며 “백색광이나 청색광보다는 호박색이나 빨간색 조명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또 창밖 가로등처럼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조명이 문제라면 암막 커튼으로 가리거나 눈가리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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