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넥타이 매고 민주 지도부 만난 부시 "민주당 상징색 … 알아봐 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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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오른쪽)이 10일 백악관에서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지켜보는 가운데 리처드 더빈 상원 민주당 부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지도부와 국정 협력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여소야대' 의회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부시 대통령은 하원의장을 맡게 될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난 데 이어 10일에는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국정 운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리드 대표는 민주당이 12년 만에 연방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상원 다수당 대표로 상원을 이끌게 된다. 이날 45분간의 회동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리드 대표 일행을 맞았다. 리처드 더빈 상원 민주당 부대표가 대통령과 부통령의 넥타이 빛깔에 주목하자 부시 대통령은 "알아봐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깝게 협력할 것을 민주당 지도부에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양당 모두 똑같이 애국심을 갖고 있으며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드 대표는 "우리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초당적 협력과 (서로에 대한) 솔직함으로 성과물을 이끌어내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라크 전쟁을 놓고 초당적인 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중간선거 패배 직후인 8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이라크 사태가 수렁에 빠지면서 민주당은 럼즈펠드 인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13일에는 공화.민주 양당 인사들로 구성된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과 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라크 정책을 수정하라는 여론을 수용하고 민주당과 국정 협력을 해나가려는 행보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력을 모색하는 동시에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당으로 있는 연말까지 민주당이 반대하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 없는 도청의 합법화와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에 대한 인준 통과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청법은 민주당의 의사진행 방해 전술에 막혀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며, 민주당은 볼턴 대사에 대해서도 인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CBS방송은 10일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화기애애한 모습은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며칠간 백악관과 민주당 사이에 보인 화해와 협력의 말이 실제 행동에선 어떻게 나타날지 조기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09대 미 의회는 다음주 '레임덕'이 될 마지막 회기를 열고 다음달 휴회하는 것으로 사실상 마감한다. 제110대 의회는 내년 1월 3일 출범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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