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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다 잃어버려, 다음 조에서 경기 마무리한 베테랑 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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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대회 장면. [AFP=연합뉴스]

골프 대회 장면. [AFP=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 투어 호그 챔피언십대회 2라운드에서다. 릭 가르보스키(미국)는 자신의 13번째 홀인 4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드롭하고 친 볼도 물에 빠졌다. 더 이상 볼이 없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 투어 호그 챔피언십 준우승

가르보스키는 “가방을 가볍게 하려고 공을 적게 가져왔는데, 대회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달라고 해서 나눠줬다. 남은 볼이 6개인 걸로 생각했는데, 가방을 보니 3개뿐이었고 그걸로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른 프로 대회처럼 이 대회는 원 볼 룰로 진행했다. 동일한 상표와 모델, 색깔도 같은 볼을 써야 하는 로컬룰이다. 번호는 상관이 없다.

원 볼 룰을 위반하면 위반한 홀마다 2벌타를 받는다. 가르보스키는 이 홀에서 다른 선수의 공을 빌려서 홀을 마무리했다. 일단 원 볼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다.

원 볼 룰은 다음 홀에서는 원래 공을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격이다. 가르보스키는 라커룸 직원에게 부탁해 라커에 있는 자신의 공을 가지고 왔다. 시간이 걸려 경기 지연으로 1벌타를 받았다.

경기위원은 다른 두 선수를 먼저 출발시켰다. 가르보스키에게는 뒤쫓아 오던 팀에서 경기를 하라고 했다.

골프 대회에서 볼이 떨어진 경우는 종종 나온다. 이창우는 지난 2020년 KPGA투어 LG 시그니처 챔피언십에서 가지고 온 공 6개를 모두 잃어버리고 실격됐다.

유러피언투어 선수 에디 페페렐(스페인)은 2019년 터키시 오픈 13번 홀에서 계속 2온을 시도하다 공을 다 물에 빠뜨리고 그만뒀다.

그러나 조를 바꾼 경우는 흔치 않다. 박노승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회 위원장은 "경기위원회의 허가로 조를 바꿔 줄 수는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 한한다. 볼이 없어서 조를 바꾸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진하 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선수에게 매우 유리하게 해석한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경기한 마크 칼카베키아는 “마음이 아프지만, 우습기도 하다. 골프 40년 넘게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가르보스키는 4번 홀에서는 6오버파를 치고, 5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합계는 9오버파 80타였다.

한편 이 대회에서 최경주는 최종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로 레티프 구센(남아공)에 이어 준우승했다. 신인 양용은(50)은 3언더파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이창우는 기권이 아니라 실격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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