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최악상황 준비" 자신하더니…안일했던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연합뉴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 과정 등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보장에 대해 수차례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 등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코로나19 확진자의 참정권 보장에 대해 질의했다. 이날 이 의원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나중에 가서 하지 말고"라며 "그런 게 지금 마련이 돼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마련돼 있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행 방식으로 해도 투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참정권 보장에 대해 저희가 늘 솔선해서 제도를 개선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저희 기관이 확진자 등의 참정권을 보호하는 데 소극적이고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행안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사무총장의 '이례적인 표현'에 "그럴 하등의 이유가 없고…"라고 되짚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오히려 저희는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거기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저기(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회의록에선 선관위의 예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짐작 가능한 대목도 있다. 지난달 10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박찬진 선관위 사무차장은 "(1인당) 한 3분 정도 내에 하는 것으로, 그래서 3∼5분이면 가능하다"며 "기표소 하나를 설치했을 때 1시간이면 20명 정도, 3개 설치하면 60명 정도 가능하다"는 예상치를 내놨다.

하지만 실제로 사전 투표일엔 투표소마다 확진·격리자 투표가 지연돼 장기간 대기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개특위 회의 중 박 사무차장은 "저희도 백번 선거권자의 선거 편의나 투표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데 동의를 하는데, 현장에서는 훨씬 더 애로사항이 많다"며 밝히기도 했다.

박 차장은 "법을 개정하는 주체는 국회이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저희"라며 "수없이 많은 의견을 개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은 계속 늦어졌다"고 하소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