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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소 왜 벨라루스? 대통령이 친푸틴 루카셴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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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대표단에 그래도 시도는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회담 장소의 정치학이 숨어있다.

회담 장소는 우크라이나 서북쪽의 벨라루스에 있는 소도시 고멜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벨라루스를 회담 장소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다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하길 원했지만, 상황의 긴박성 때문에 일단 뜻을 접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화해 중립 보장을 약속하자 젤렌스키는 27일 연설에서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회담에 참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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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대통령은 노골적인 친러 성향에 푸틴 대통령과 가깝다. 1994년 대통령에 올라 28년 넘게 자리를 지켜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비판받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혼란 속에서 루카셴코는 27일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헌안이 투표율 78.63%와 찬성률 65.16%로 통과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안건의 하나는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는 헌법 18조의 삭제다. 이에 따라 핵무기 배치도 가능해졌다. 또 다른 안건은 5년 임기 대통령의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하되, 이번 개헌 뒤부터 적용하는 것이다. 루카셴코는 이론적으로 81세가 되는 2035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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