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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ATM 1위 효성TNS까지…‘스위프트 제재’ 유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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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유럽연합 등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은 28일 오전 경남 거제시에 있는 조선소. [연합뉴스]

미국·유럽연합 등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은 28일 오전 경남 거제시에 있는 조선소. [연합뉴스]

러시아 현금자동인출기(ATM)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효성TN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과 영국 등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다. 한국 정부도 28일 SWIFT 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러시아 은행들로부터 ATM 판매대금과 관리·운영비를 받아왔으나, 제재가 시행되면 국내 송금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남부 연안에 2019년 250만t 규모의 곡물터미널을 준공했다. 이곳을 거점으로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곡물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신규 구매나 판매 계약을 잠정 중단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금융·무역 분야에서 ‘쌍끌이’로 대러 제재에 나서면서 교역이 위축되고, 수출에 직간접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FDPR은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러시아에 수출할 때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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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는 통제리스트(CCL)에 등재되지 않은 일반 소비재는 제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지 생산라인 가동이 문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FDPR 제재가 적용되면 러시아 현지에서 (미국의) 수출금지 품목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가 현지에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가 생산 중인 일부 반도체에는 미국의 설계 기술이 들어가 있어 수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정부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조용석 무역협회 현장정책실장은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늑장대응 비판도 나온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재 압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동적 입장을 취함에 따라 혼란을 가중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해 기업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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