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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닮은 대안우파…미 온라인 문화전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77호 21면

인싸를 죽여라

인싸를 죽여라

인싸를 죽여라
앤절라 네이글 지음
김내훈 옮김
오월의봄

지금과는 달리, 인터넷에 대한 낙관주의가 한창 고조됐던 시기가 있다. 아랍의 봄, 월가 점령 시위 등 소셜미디어와  결합해 사회적 변혁운동이 새롭게 부상한 2010년 전후다. 이 책의 저자가 상기시키는 바에 따르면 “지도자 없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혁명”이라는 식의 상찬도 쏟아졌다. 하지만 열광을 불러일으킨, 이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었을 뿐. 폭력적이고 혐오스런 표현이 넘쳐나는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비슷한 특징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배태됐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미국의 문화평론가가 쓴 이 책은 21세기 미국 온라인 문화전쟁의 생생한 현장보고서로도 다가온다. 특히 대안우파(Alt-right), 그 중에도 알트라이트(Alt-light)를 중심으로 새로운 우파의 온라인 커뮤티니와 유명 논객이 어떤 주장을 했고, 누구를 겨냥해 어떻게 공격·선동 등을 벌였는지 중요한 사례나 사건을 짚고 있는 점에서다. 동시에 이 책은 새로운 우파가 온라인 문화의 주류가 된 맥락과 그 배경의 철학·사상을 니체·그람시·뷰캐넌 등을 아울러 분석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전통적 우파가 종종 문화적 보수성을 동반했던 것과 달리, 저자는 새로운 우파가 오히려 68혁명 시기 좌파의 구호였던 “금지를 금지하라”와 더 통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비극을 조롱하는 밈(meme)이나 여성혐오·반페미니즘으로 가득 찬 게시글도 그 예가 될 법하다. 과거의 좌파와 새로운 우파를 관통하는 반문화주의, 도덕·금기에 대한 위반 등은 수평적 네트워크에 대한 상찬과 마찬가지로 내용 없는 껍데기 격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 물론 논쟁 여지가 있는 주장도 눈에 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나 미국 대학가의 정체성 정치 등에 대한 반발이 온라인 우익의 발흥을 불렀다는 시각이 그런 경우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 온라인 문화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한국과 이념적·사회적 지형이 꼭같지는 않은 만큼 미국의 사례를 고스란히 한국에 대입하거나 치환하는 데 따른 위험성도 떠오른다. 그 자신이 문화연구자인 번역자는 일단 친절하게도, 비속어와 경멸적 표현을 비롯해 책에 나오는 온라인 조어를 가능한 우리네 온라인 용어로 옮겨놓았다. 책 제목도 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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